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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불 났을 때 18초면 대피 끝…옷 대신 '이것' 걸치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천 강화소방서 관계자가 대형 찜질방을 방문, 가운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소방청

인천 강화소방서 관계자가 대형 찜질방을 방문, 가운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소방청

대중목욕탕이나 사우나 건물에서 불이 났다고 가정해보자. ‘알몸’ 상태라 더욱 당황할 것이다. 이때 탈의실에서 옷을 꺼내 입어야겠다는 생각에 대피를 지체했다간 연기흡입으로 질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소방청이 전국 목욕장 업소에 ‘가운’ 비치를 권고했다.

"목욕탕에 가운 비치해 달라" 
소방청은 지난달 ‘2023년 봄철 화재예방대책 추진계획’을 마련, 전국 17개 시·도 소방본부에 내려보냈다. 추진계획엔 목욕탕이나 사우나 이용자를 피난 취약자로 보고 이들의 신속한 대피를 돕기 위해 임시가운을 비치해 달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전국 일선 소방서는 목욕장 업소를 대상으로 가운 비치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상당수 업주는 공공요금 인상 등 영향에 경영이 어려워지다 보니 한장에 1~2만원 하는 가운 구매에 난색을 보인다고 한다. 전기료는 1년 전보다 29.5%, 도시가스는 36.2%가량 올랐다. 이에 인천 강화소방서처럼 아예 가운을 구매해 지원하는 소방서도 있다.

가운, 대피시간 절반 줄인다 

가운 비치 아이디어는 2018년 목욕탕·사우나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에서 처음 나왔다. 소방청에 따르면 목욕탕에서 상·하의를 입고 대피하면 38~40초가 걸리는 반면, 가운을 걸칠 땐 18초면 된다. 위급한 상황에서 대피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게 가능하다.

소방당국은 ‘불나면 무조건 대피 먼저’를 강조한다. 규모가 큰 화재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사례를 분석해보니, 대부분 '신속한 대피' 덕분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4년 전 충남 천안의 한 초등학교 증축공사 중 불이 났지만, 학생·교직원 910명이 신속하게 화재현장을 벗어나면서 인명피해는 ‘0명’을 기록했다. 2018년 경기도 수원 A프라자(지상 11층·지하 5층) 화재 때도 마찬가지다. 지하 PC방 직원이 빠른 대피를 유도했고, 이용자 250여명은 무사히 현장을 벗어났다.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우나 화재현장 자료사진. 뉴스1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우나 화재현장 자료사진. 뉴스1

외국도 우선 대피 강조 

외국도 우선 대피를 중시하고 있다. 영국의 ‘Make home Escape Plan’(비상대피계획을 세워라)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불이 나면 우선 ‘Get out’(나가서)→ 화재현장으로 ‘Stay out’(돌아오지 말고)→‘Call 999’(신고하자) 3가지 실천방안이 핵심이다. 미국·호주도 비슷한 성격의 캠페인을 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화재 현장에선 다양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여러 위험요인이 있다”며 “가장 먼저 요구되는 건 위험한 공간에서 벗어나는 것, 즉 비상대피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도로 위에서 차 고장이나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도로 밖으로 우선 대피해 2차 사고를 막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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