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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33년만에 조직개편…'저승사자' 핵심요직에 또 檢 꽂나

중앙일보

입력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TV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TV

기업의 독점·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제재해 ‘시장경제의 파수꾼’ 혹은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직 개편에 들어갔다. 1990년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에서 분리해 출범한 뒤 33년 만에 조사·정책 부서를 분리하는 내용이다. 신설하는 조사 부문 수장 자리에 검사 출신을 임명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공정위는 기존에 함께 운영한 조사·정책 부서를 완전히 분리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을 내달 14일 시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신설하는 1급 조사관리관(가칭)이 조사 업무를 총괄하고, 마찬가지로 1급인 기존 사무처장은 정책 업무만 맡는다. 조홍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조사 담당자가 정책에 얽매이지 않고 사건 처리에 전념하도록 해 효율성·전문성·책임성을 높이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개편안은 기존 사무처장 산하 9개 국·관과 39개 과·팀 체제를 사무처장 산하 4개 국·관과 18개 과·팀, 조사관리관 산하 4개 국·관과 20개 과·팀 체제로 나누는 내용이다. 인력 배치는 정책 180명, 조사 220여명으로 조사 부문에 좀 더 무게를 뒀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신설하는 조사관리관 산하 조직이 관심을 모은다. 여기엔 기업 사건을 다루는 시장감시국(독과점 남용·불공정거래·표시광고·전자상거래·약관·특수거래), 카르텔조사국(담합 사건 및 경제분석), 기업집단감시국(대기업집단 지정·관리 및 부당지원·내부거래·공시), 기업거래결합심사국(기업결합 심사 및 하도급·유통·대리점·가맹거래·기술유용)을 편재한다.

기존 사무처장 산하에는 경쟁정책국(공정거래 기본정책 수립·총괄, 독과점 남용·불공정거래·경쟁 촉진, 온라인 플랫폼, 카르텔, 시장구조개선 관련 정책), 기업협력정책관(하도급·가맹·대리점 거래 등 갑을 관계와 대기업집단, 기업결합 관련 정책), 소비자정책국(안전·표시광고·전자상거래·약관·특수거래 등에 관한 정책), 기획조정관(예산·민원·정보화 등 지원 업무)이 남는다.

공정위가 조직 개편에 나선 건 기업의 담합이나 불공정행위를 조사해 제재하는 ‘준사법기관’으로서 역할을 중시하는 현 정부 기조 때문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 사건과 관련해선 법원의 1심 기능을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공정위 업무보고에서 ‘경제 검찰’로서 공정위 역할을 강조하며 정책·조사·심판의 기능 분리를 지시했다. 올해 1월 업무보고는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등 경제부처와 함께 받던 기존과 달리 법무부·법제처와 함께 받았다.

공정위가 굳이 조사 부문을 떼어낸 건 조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특히 기업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핵심 요직은 신설하는 조사관리관이다. 검사 출신을 중용하는 현 정부 인사 기류에다 최근 검찰의 공정거래 사건 처리 강화 경향을 고려할 때 조사관리관 자리에 검찰 출신 인사를 임명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 관계자는 “검찰 출신이 조사관리관을 맡아 공정위에 (검찰이) 원하는 식 조사를 요구한다면 업무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철호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공정거래법의 기본 취지가 경제 활력을 북돋는 건데 검찰 출신 조사관리관이 사건을 형사적으로 접근한다면 글로벌 스탠더드와 배치된다”며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경제분석 능력과 다양한 공정거래 사건 처리 경험을 갖춘 내외부 전문가를 발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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