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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뒤흔드는 ‘재난 리스크’] 2011년 쓰나미 같은 재해 다시 없게…일, 국토강인화법 만들어 본격 추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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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호 13면

SPECIAL REPORT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안쪽에 오염수를 담은 탱크들이 보관돼 있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안쪽에 오염수를 담은 탱크들이 보관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오전 일본 도쿄 지요다구 ‘기적의 소나무 뿌리’ 전시장. 1층 한가운데 지름 13m의 거대한 나무뿌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12년 전인 2011년 3월 11일 도호쿠 지방을 덮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괴멸적 피해를 입은 이와테현 리쿠젠다카타 해안의 소나무 7만 그루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나무의 뿌리다.

당시 일본 국민은 ‘희망의 상징’이라며 환호했지만 조사 결과 바닷물 침투로 뿌리까지 다 썩은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시 당국은 벌채를 결정했지만 보전 여론이 커지면서 극적으로 살아남게 됐다. 이후 이 뿌리는 지난 12년간 일본 전역을 돌며 그날의 참사를 전하고 있다. 전시 기획에 참여한 건축가 나이토 히로시는 “이 전시가 자연의 강한 생명력을 확인하는 동시에 희미해져 가는 재해·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2년 전 2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은 사회 전체가 마비되는 미증유의 경험을 했다. 지진이 잦은 일본은 일찍이 1981년 재해대책기본법을 제정하고 모든 건물이 진도7.0의 강진에도 무너지지 않도록 엄격한 내진 설계 기준을 적용해 왔다. 실제로 동일본 대지진 때도 건축물 붕괴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거대한 쓰나미와 교통·통신 등 사회 인프라 마비에 따른 피해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극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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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지진·해일·수해 등 자연재해로 치명적 피해를 입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국토 강인화 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2013년 국토강인화기본법을 제정한 뒤 총리를 본부장으로 추진본부를 구성하고 기본 계획을 수립했다. 주택 도시 분야에선 밀집 시가지 화재 대책, 정보통신 분야에선 장기 전력 공급 정지 및 통신망 마비 대책을 갖추고  교통·물류 분야에선 도로·철도 등의 재해 대응 능력을 강화하는 등 범국가적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자체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도쿄도는 지난해 말 내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도내 주택 76만 호에 대한 공사 지원과 재해 대비 식료품 비축 등에 15조엔(약 144조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강인화 계획을 별도로 발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지난 1월 국회 시정 연설에서 “갈수록 빈발하는 재해에 대한 대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며 “내년까지 정부와 지자체를 포괄하는 새로운 차원의 강인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처럼 축적한 재해 대응 노하우를 다른 재난 국가들과 나누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지구촌을 위협하는 기상이변과 자연재해 등을 ‘기후 안전 보장’ 개념으로 접근해 국제적 위상 제고에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새 안전 보장 전략에도 “기후변화 등 범지구적 과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경주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외무성도 올 상반기 중 일본의 강점인 방재 기술 등을 활용한 질 높은 인프라를 개발도상국에 공급하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정부개발원조(ODA)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일본 역시 12년 전 대지진이 남긴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여전히 골머리를 앓고 있다. 후쿠시마 등 피해 지역엔 아직도 재난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12년간 복구·부흥 작업을 통해 도로와 생활기반시설 등 인프라 정비는 90% 이상 완료됐다. 하지만 재해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주민 상당수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8만8000여 명 중 18%인 1만6000여 명만 복귀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오염수다. 사고 발생 후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원전 부지로 유입되는 지하수와 빗물 등으로 하루 100㎥ 이상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무기한 보관하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올 여름부터 바다로 방출할 방침이다. 이에 현지 어민들은 물론 한국·중국과 태평양 도서국 등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일본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당장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도쿄에서 태평양도서국포럼(PIF) 대표단과 만나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직접 강조하고 나섰다. 일본 정부도 오는 4월 주요 7개국(G7) 환경장관 회의 등을 통해 국제사회 설득 외교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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