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대면 진료·병원 방역·재택 근무’ 제도화 목소리 커져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30호 09면

코로나 시대 세 가지 유산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앗아갔다. 하지만 팬데믹 정책이나 문화 중 일부는 제도화 또는 정착시키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 시대의 유산’이라 부를만하다. 과연 어떤 유산이 있을까.

① 비대면 진료

효용성이 있는 ‘코로나 시대 유산’을 제도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 재택근무(아래 사진)가 그 유산으로 꼽히고 있다. [뉴스1]

효용성이 있는 ‘코로나 시대 유산’을 제도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 재택근무(아래 사진)가 그 유산으로 꼽히고 있다. [뉴스1]

직장인 김모(32)씨는 지난달 말 60대 어머니가 갑작스레 오한과 발열 증상을 호소해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하필 병원이 문을 닫는 일요일 오전 증상이 나타난 데다가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어머니를 모시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전 같으면 구급차를 불러 인근 병원 응급실에 가 수 시간 대기를 했겠지만 김씨는 지난해 말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휴대전화 앱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받았던 사실을 기억해냈다. 김씨는 앱에 접속해 평점이 높은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선택했다. 간단한 예진표를 작성·접수한 뒤 수분의 대기 끝에 어머니의 진료를 끝낼 수 있었다. 총 걸린 시간은 30분 남짓. 김씨의 어머니는 인근 약국에서 타온 약을 먹은 후 증세가 호전됐다.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건 2020년 2월 24일부터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 내 감염 예방 및 진료 공백 최소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전화 상담 및 처방을 허용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대응 ‘심각’ 단계 발령 기간 비대면 진료를 가능하도록 하는 법 개정까지 이뤄졌다. 이때 명시된 전제가 ‘위기대응 심각 단계일 때’이기 때문에 향후 위기대응 단계가 ‘경계’나 ‘주의’ 등으로 하향되기 전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두 살짜리 딸아이를 둔 권모(31)씨는 “어린아이들은 38도까지 열이 오르는 게 빈번하다. 그때마다 병원에서 2~3시간씩 대기를 하곤 했는데 비대면 진료 앱을 이용하니 훨씬 편하다”라며 “물론 대면 진료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코로나 이후에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비대면 진료 이용자 수는 2020년 79만명에서 2022년 1015만명으로 약 12.8배 증가했다. 0~14세 영유아·어린이의 경우 같은 기간 5만7000명에서 196만으로 약 35배 급증했다.

바이오헬스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정부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비대면 진료가 이어지면 외국인 환자 등을 유치하는 데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반대 목소리를 외치는 의료계는 넘어야 할 큰 산이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환자 안전에 대해 최종 책임지는 역할은 의사들인데 비대면 진료의 경우 아직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아 우려가 크다”라며 “당장 4~5월 엔데믹 발표에 맞춰 급하게 서두르기보다는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② 병원 방역

여전히 마스크를 써야 하고, 출입자 통제가 엄격한 ‘병원 이용 지침’은 코로나19가 낳은 또 다른 문화다. 이전까지는 환자 입원 시 보호자에 대한 별다른 제재도, 병문안을 위한 출입객 제한도 크지 않았지만 팬데믹 이후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이제는 환자 보호자로 병원에 들어가기 위해선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확인이 필수이며 병원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갈 때는 다시 PCR 검사를 받아야 할 만큼 깐깐한 출입 절차를 거치고 있다. 오는 15일 실내 마스크 완전 해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정부는 병원을 비롯한 감염 취약시설만큼은 예외로 두는 규정을 고민 중이다.

병원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불필요한 출입을 줄일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 감염병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환자 한 명이 입원하면 줄줄이 병문안을 와 감염 확산 위험이 컸는데, 출입객 규정이 강화되면서 그런 우려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출입객을 대상으로 여전히 QR코드를 확인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어쩌면 형식적인 절차로 볼 수 있지만 불필요한 출입을 최대한 줄이게끔 하는 요인이다. 방역 단계가 완화되더라도 당분간 이 절차를 없앨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③ 재택근무

효용성이 있는 ‘코로나 시대 유산’을 제도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위 사진), 재택근무가 그 유산으로 꼽히고 있다. [연합뉴스]

효용성이 있는 ‘코로나 시대 유산’을 제도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대면 진료(위 사진), 재택근무가 그 유산으로 꼽히고 있다. [연합뉴스]

직장인들의 경우 팬데믹 종식이 다가오면서 재택근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각 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시행했던 재택근무 제도를 올해 들어 축소하거나 해제하고 있다.

판교 IT 회사에 근무하는 3년 차 직장인 김모(32)씨는 “팬데믹 기간에는 회사가 재택을 용인해줘서 출퇴근 스트레스가 덜했는데 다시 사람들로 가득 찬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려니 오전부터 체력이 바닥난다”고 말했다. 여전히 회사가 재택근무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는 또 다른 직장인 김모(29)씨는 “보통 재택을 하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사실 집에서 일할 때 출퇴근이 없어 업무를 더 늦게까지 하게 된다. 회사에선 커피 타임이나 스몰토크를 했는데, 집에서는 그런 부분이 없이 업무 효율에서도 더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국내 여론조사 전문기관 데이터리서치가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와 비대면 업무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 결과 77%가 찬성 의견을 밝혔다.

다만 사용자 측은 업무에 대한 비효율성과 소통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사무실 복귀를 요구하고 있어 재택근무를 둘러싼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