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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이젠 세계적 와이너리 노린다…'가짜깃발' 표적된 이 나라 [지도를 보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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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장화 모양의 이 나라는 어디일까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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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를 드리자면,

힌트

①지난해 이 나라와 수교 30년을 기념해 충남 공주 계룡산에 건립된 'OOO 문화원'.

②애주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50세 생일파티 장소.

③세계에서 가장 긴 와이너리 보유국.

이곳은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을 갖춘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이다. 지난해 10월 이곳에서 열린 와인의날 행사에서 한 남성이 와인을 시음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곳은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을 갖춘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이다. 지난해 10월 이곳에서 열린 와인의날 행사에서 한 남성이 와인을 시음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주변 지도를 살펴볼까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동유럽의 작은 나라,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몰도바'입니다. 앗, 인도양의 휴양 섬 '몰디브'와 헷갈리셨다고요? UFC 김동현 선수도 몰도바에서 열리는 경기에 참석하려다 실수로 몰디브로 갔다는 '웃픈' 사연을 공개한 적 있답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몰도바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남서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입니다. 루마니아의 동쪽과도 접경하고 있습니다. 몰도바 인구 260만 명 중 80%가 루마니아계 몰도바인이며, 주로 루마니아어(몰도바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을 갖춰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로도 유명하죠. 전 국토의 12분의 1이 포도밭일 정도라니까요. 몰도바 와인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과거 제정러시아의 황실에서도 즐겨 마셨을 정도로 맛과 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합니다.

몰도바의 농부들이 포도 농장에서 포도를 수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몰도바의 농부들이 포도 농장에서 포도를 수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와인산업의 명성과 달리, 몰도바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몰도바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230 달러(약 690만원·2021년 세계은행 기준) 수준에 그칩니다. 남태평양 도서국 피지, 신생국가 코소보와 비슷한 수준의 빈국입니다. 국토 면적은 한국의 경상남·북도를 합친 것과 비슷합니다.

우크라 너머, 푸틴의 다음 타깃? 

이렇게 작은 나라 몰도바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다음 타깃이란 얘기가 나오면서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다음 타깃' 주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해 3월 처음 제기합니다. 당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주최한 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황이 표시된 지도를 펼쳤는데, 러시아군의 침공 경로를 나타내는 여러 화살표 중 하나가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러시아어 프리드녜스트로비예) 지역으로 뻗어있던 겁니다. 외신들은 이를 '러시아의 또다른 침공 계획'으로 해석했죠.

루카셴코가 공개한 지도 속 러시아군의 몰도바 공격 경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루카셴코가 공개한 지도 속 러시아군의 몰도바 공격 경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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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1년이 지난 지금, 몰도바의 공포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몰도바 영공으로 러시아 미사일이 오폭됐고, 심지어는 러시아가 파괴공작원을 이용해 몰도바의 친서방 정권을 전복시키려 한다는 첩보까지 공개됐죠. 올해 3~4월에 러시아의 공세가 시작될 것이란 몰도바 정보안보국(SIS)의 무시무시한 경고도 나옵니다.

동·서유럽 교차로, EU·나토 미가입 

우크라이나에서도 고전 중인 러시아가 도대체 왜 몰도바를 노리는 걸까요. 먼저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의 점령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함락에 실패하자 곧바로 우크라이나 남·동부 지역에 병력을 집중해 야금야금 땅을 빼앗고 있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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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흑해 연안의 항구 도시들이 푸틴 대통령의 목표물인데요. 러시아는 지금 오랜 꿈인 '흑해 부동항'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죠. 우크라이나의 항구도시를 차례로 차지하다보면, 우크라이나 서부와 접경한 몰도바에 닿게 됩니다.

심지어 몰도바는 유럽연합(EU)도, 나토 가입국도 아닙니다. 이는 러시아군이 몰도바로 진격하더라도, 미군과 나토군은 군사적 개입을 할 수 없단 의미입니다. 우크라이나가 침공당하자, 몰도바는 서둘러 지난해 3월 EU에 긴급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러시아가 두려워하는 군사동맹인 나토와는 무관합니다.

몰도바는 러시아가 서방에 맞서는 용도로 사용할 완충국, 이른바 '방패막이'로 쓰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춘 셈입니다.

돈바스와 트란스니스트리아

우크라이나와 몰도바는 쌍둥이처럼 닮았습니다. 옛 소련 독립국인 것은 물론, 지정학적으론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끼인 국가이고, 국내 정치세력이 친(親)서방과 친러시아로 나뉘어 극렬한 대립 중이란 점 등이 흡사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으로 삼았던 '돈바스'를 기억하실 겁니다.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자치 정부를 수립하고,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항하던 곳이죠. 러시아는 이곳의 러시아인을 보호하겠다면서 우크라이나를 침략했고요.

이와 똑같은 지역이 몰도바에도 있습니다. 바로 몰도바 동부 드네스트르강 동안에 위치한 트란스니스트리아(러시아어 프리드녜스트로비예)입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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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란스티스트리아는 국제법상 몰도바에 속해 있지만,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몰도바로부터 분리독립을 선언한 미승인 국가입니다. 몰도바 안에서 러시아계가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이죠. 이들은 몰도바 정부와 내전을 벌이다 1992년 러시아가 개입하면서 휴전한 상태입니다. 현재는 1500~3000명의 러시아군이 '평화유지군' 명목으로 주둔 중이죠.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자칭 수도 티라스폴 시내엔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에서도 상당수 철거된 레닌 동상이 아직 남아있고, 러시아 전쟁 영웅 사진이 곳곳에 붙어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습니다. 러시아는 이곳에 자본을 투입해 대규모 제조업 시설을 구축했죠. 그러니 경제적으로도 러시아에 상당히 예속된 상태입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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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나리오에 몰도바를 대입하면 어떨까요.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에서 '돈바스'를 '트란스니스트리아'로만 바꾸될 정도로, 딱 들어맞습니다.

'가짜 깃발 작전' '서방 비판'…러의 명분쌓기

이미 러시아는 몰도바 침공을 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간 모양새입니다. 최근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벌어지는 '가짜 깃발 작전'이 그 증거 중 하나죠. 가짜 깃발 작전이란 상대가 먼저 공격했다고 허위사실을 꾸며, 상대를 공격할 구실을 만드는 술책을 말합니다.

지난 9일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자국 고위 관료들에 대한 테러 시도가 있었으며, 우크라이나 보안 당국이 그 배후라고 주장합니다.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달 주장한 "우크라이나가 트란스니스트리아를 공격하려 한다"는 내용과 맥을 같이합니다.

지난 1월 몰도바 북부 라르가 마을 들판에서 발견된 미사일 잔해. AP=연합뉴스

지난 1월 몰도바 북부 라르가 마을 들판에서 발견된 미사일 잔해. AP=연합뉴스

그보다 앞서 지난해 4월에도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의문의 연쇄폭발이 일어났었는데요. 당시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은 "트란스니스트리아 내 반우크라이나 정서를 심어 전쟁으로 끌어들이려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방과 몰도바 정부를 싸잡아 비판 수위를 높이는 것도 또다른 증거입니다. 지난달 초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서방이 몰도바를 반러시아 국가로 만들어 우크라이나의 길을 따르게 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죠.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을 몰도바의 영토로 인정하는 포고령(2012)을 철회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트란스니스트리아를 합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신호"라고 전했죠.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친러 세력이 장악한 트란스니스트리아 상황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을 둘러싼 싸움과 유사하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친서방 성향의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을 만나 공개적으로 몰도바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친서방 성향의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은 러시아가 정부 전복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은 산두 대통령이 지난 1일 키시너우에서 그리스 대통령과 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친서방 성향의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은 러시아가 정부 전복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은 산두 대통령이 지난 1일 키시너우에서 그리스 대통령과 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에 경제 의존 등 몰도바의 한계

러시아의 위협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몰도바 국민 여론은 러시아에게 완전히 등돌리길 바라지 않습니다. 가스 등 에너지 공급을 전적으로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지난해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절반가량 끊기면서 가스 요금이 치솟는 등 경제 사정이 악화되자, 친 서방 성향의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친러 정당 중심으로 반(反)정부 민생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달엔 나탈리아 가브릴리타 전 총리가 경제난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습니다.

지난달 28일, 몰도바 치시나우 중심가에서 시위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지 말고 에너지 요금을 지급하라"며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28일, 몰도바 치시나우 중심가에서 시위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지 말고 에너지 요금을 지급하라"며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 EPA=연합뉴스

몰도바 수도 키시너우에 있는 유럽정책개혁연구소의 이울리안 그로자 전 몰도바 외무차관은 CNN에 "몰도바는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국가이며, 우리를 향한 러시아의 위협과 확전 욕구가 큰 것이 사실"이라면서 "경제가 낙후된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정부는 다양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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