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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검찰 압박수사 탓” 김기현 “죽음 그림자 연속 섬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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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호 04면

이재명 전 비서실장 사망 파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의회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박홍근 원내대표.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의회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박홍근 원내대표.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다섯 번째 주변 인물의 사망에 내놓은 답변은 이번에도 ‘검찰 규탄’이었다. 이 대표는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전모(64)씨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관련해 “검찰의 이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굳은 표정으로 “제가 만난 가장 청렴하고 성실하며 헌신적이고 유능했던 공직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며 부고를 전한 뒤 “이분은 검찰의 압박 수사에 매우 힘들어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어 “검찰 특수부의 수사 대상이 된 사람들이 왜 자꾸 극단적 선택을 하겠느냐. 없는 사실을 조작해 증거를 만들어 들이대니 빠져나갈 길은 없고, 억울하니 결국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여권에서 제기하는 자신의 책임론을 겨냥한 듯 “이 억울한 죽음들을 정치 도구로 활용하지 말라”며 “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수사를 당하는 게 제 잘못인가. 주변을 먼지 털듯이 털고 주변의, 주변의, 주변까지 털어대니 사람들이 어떻게 견뎌 내겠느냐”며 “그야말로 광기”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국회 밖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연 것은 지난 1월 27일 이후 6주 만이다. 이 대표가 검찰 출석과 체포동의안 표결로 한 달 넘게 중단했던 민생 행보를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에서 재개하려는 취지로 기획됐다. 하지만 바로 전날 최측근 인사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런 의미가 무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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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예정됐던 경기 지역 현장 방문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대신 성남시립의료원에 마련된 전씨 빈소로 향했다. 당초 이 대표는 오후 1시쯤 조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씨 부검 여부를 놓고 수사기관과 유족 간 이견이 생기고 유족 측이 이 대표 조문에 난색을 표하면서 7시간 가까이 근처에서 대기하다 오후 7시45분쯤에서야 조문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20분가량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 대표는 유족들에게 ‘같이 일한 공직자 중 가장 청렴하고 유능한 분이셨는데 너무 안타깝다’는 말씀을 전했다”며 “이에 유족들은 ‘대표님도 힘을 내시고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잘 해달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은 종일 술렁였다. 비명계 의원들은 “현재로서는 자세한 경위를 알지 못해 지켜볼 뿐”이라면서도 정치적 파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었다. 한 비명계 수도권 의원은 “국민이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볼지, 여론은 어떻게 움직일지 아직은 가늠이 안 된다”며 “솔직히 두렵다”고 말했다.

반면 친명계는 내부 단속 수위를 높였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현장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지지자들도 ‘단일대오 떡’을 돌리며 민주당의 단합과 단결을 호소하고 있다”며 “첫째도 단결, 둘째도 단결, 셋째도 단결”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전씨가 남긴 유서에 “(이재명) 대표님,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지요”라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당내 긴장감은 더욱 커졌다. 당 핵심 관계자도 유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박성준 대변인은 논평에서 “고인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서마저 왜곡하며 정쟁에 이용하는 비열한 행태는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를 둘러싸고 죽음의 그림자가 연속되고 있어 섬뜩한 느낌을 금할 수 없다”며 “이 대표 관계인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운명을 달리하는 데 대해 국민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민주당 대표로서 직무 수행을 하는 게 적합한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김 대표와 가까운 인사는 “이 대표를 더는 대화 파트너로 보기 어렵다는 게 김 대표 생각”이라며 “현재 추진 중인 여야 대표 회동도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이날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탓”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아전인수식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가혹 행위나 고문이 있어야 과도한 수사인데, 지금까지 목숨을 버린 분들이 그런 주장을 안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와 중앙대 동문인 권성동 의원도 페이스북에 “전씨에 대해서는 검찰의 참고인 조사 한 번만 이뤄졌다. 결코 수사가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 될 수 없다”며 “이 대표는 정치를 그만두라”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 내에서도 “비극이 계속되는데도 어떻게 침묵만 할 수 있느냐”(성일종 정책위의장)거나 “스스로 교도소로 걸어 들어가라”(김재원 최고위원)는 등 온종일 이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이처럼 여권이 파상공세에 나서는 데는 이를 통해 지난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당내 갈등의 후유증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친윤계와 갈등을 빚어 온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밤 페이스북에 “정치고 뭐고 다 떠나서 희생을 막아야 할 책임이 이재명 당신에게 있다”는 글을 올리며 이 대표 때리기에 가세했다. 비윤계인 김웅 의원도 “이 대표는 아스퍼거 증후군에 걸린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 증후군은 다른 사람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친윤계 관계자는 “이 대표 문제에 대해서는 당이 단일대오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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