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 환자를 위한 제품으로 여겨지던 압박스타킹의 소비자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수험생과 직장인, 장시간 비행기를 타야 하는 해외여행객 등도 압박스타킹을 찾는다. 혈액순환 개선과 부기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압박스타킹이 무조건 하체 건강에 도움되는 건 아니다. 부기를 빼 날씬한 다리를 만들겠다며 필요 이상으로 압박을 하는 등 오용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부작용을 줄이고 효과를 높이기 위한 압박스타킹의 사용법을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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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갈수록 압력 낮은 의료용 착용
하지정맥류는 정맥의 판막 문제로 혈액이 다리에서 심장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역류하거나 정체하며 발생한다.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상으로,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부종과 통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압박스타킹은 혈관을 압박해 이러한 증상을 예방 혹은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의료용 압박스타킹은 다리 부위별 압박 강도가 일반적인 제품과 다르게 설계됐다. 발목 부분의 압력이 가장 세고 종아리, 허벅지로 올라갈수록 약해지는 식이다. 이로써 심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부터 혈액을 위로 더 세게 밀어 올린다. 반면에 일반 압박스타킹의 경우 두께가 굵은 허벅지 부분을 강하게 졸라매고 발목 부위의 압력을 낮게 해 발에 정맥혈을 고이게 할 수 있다. 따라서 혈액순환 효과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일반용이 아닌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신는 게 좋다.
일반인은 1~2단계면 충분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구매할 때는 압력의 강도도 선택해야 한다. 스타킹 강도는 크게 네 단계로 구분되며 단계별로 압력 단위(㎜Hg)가 명시돼 있어 본인 증상에 맞게 고르면 된다. 구체적으로 1단계는 20㎜Hg 미만, 2단계는 20~30㎜Hg, 3단계는 30~40㎜Hg, 4단계는 40~50㎜Hg다. 하지정맥류 환자에게 권하는 압박스타킹의 강도는 2~3단계다. 4단계는 색소 침착, 피부 궤양 등이 생길 정도로 정맥 기능 부전이 심한 이들의 치료용으로 사용된다. 이에 속하지 않는 일반인은 1~2단계의 압박스타킹만으로도 충분히 혈액순환 효과를 볼 수 있다.
발등 덮는 게 부기 빼기 좋아
강도 못지않게 스타킹의 모양도 다양하다. 압박스타킹은 신체 어느 부위까지 올라오느냐에 따라 종아리형(무릎형), 허벅지형, 팬티형 등으로 나뉜다. 이 중 계절과 피부 예민도 등을 고려해 적합한 제품을 선택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습도가 높고 땀이 잘 나는 여름에는 신체를 비교적 적게 덮는 종아리형을 권한다. 예민한 피부 탓에 스타킹과 닿는 부위에 압박 두드러기가 생길 것을 우려한다면 종아리형보다는 허벅지형이나 팬티형 구매를 고려할 만하다. 살이 많지 않은 부분에 압박이 가해질 때 두드러기가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종아리·허벅지·팬티 형을 막론하고 발등까지 덮는 제품이 부기 빼는 데 더 효과적이다. 발목까지 오는 제품을 쓰면 발등만 붓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동맥경화증 환자는 착용 삼가야
다리가 자주 붓고 아프다고 해서 무작정 압박스타킹을 신어서는 안 된다.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는 게 건강을 해치는 사례도 있다. 동맥경화증처럼 동맥에 문제가 생겼을 때가 그렇다. 스타킹으로 하체에 압박을 가하면 오히려 혈류에 지장이 간다. 감각 기능이 떨어진 당뇨병 환자도 제품 이용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발의 감각이 저하돼 스타킹 착용 중 생긴 상처를 인지하지 못하다가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압박스타킹을 사용한 뒤 피부에 반점이 난 경우에도 즉시 착용을 멈춰야 한다.
미온수에 중성세제로 손빨래
통상 압박스타킹은 6개월 정도 쓰면 탄력이 떨어져 교체하게 된다. 그 전까지 제품 변형을 막고 기능을 유지하려면 올바른 세탁 방법도 숙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압박스타킹을 빨 때는 세탁기를 이용하기보다 미온수에 중성세제로 손빨래하길 권장한다. 세척 후 물기를 없앨 때는 강하게 비틀어 짜는 대신 수건으로 스타킹을 감싸 눌러 물기를 빼도록 한다. 건조기를 이용하면 제품이 수축할 수 있으니 통풍이 잘되는 서늘한 곳에서 자연 건조한다. 평상시 압박스타킹을 신을 때 유의사항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특정 신체 부위에 더 센 압력이 가해지지 않도록 구겨짐이나 접힘 없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과 중 착용하고 밤에는 벗고 자도록 한다.
도움말=조은아 분당서울대병원 혈관외과 교수,
조진현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