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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뒤흔드는 ‘재난 리스크’] 아이티 대지진 때 31만 명 사망, 파키스탄 대홍수 이재민 520만 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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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호 12면

SPECIAL REPORT

21세기 들어 지구촌 곳곳에서 막대한 피해를 동반한 자연재해와 기상이변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특히 대지진과 초대형 홍수·산불 등 최근 20여 년간 발생한 자연재난은 기존의 취약 지역을 넘어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지던 국가로까지 확대되며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고 있고 강도나 피해 범위도 이전 재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키우고 있다.

2010년 1월 카리브해 섬나라인 아이티에서 발생한 대지진은 최근 20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낳은 자연재해로 꼽힌다. 규모 7.0의 강진이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강타하면서 대통령궁이 붕괴되고 주택·학교·병원 등 대부분의 기반시설이 초토화됐다. 건물 붕괴로 무려 31만6000명이 숨졌고 이재민도 300만 명에 달했다. 같은 해 2월에도 칠레에서 규모 8.8의 강진과 쓰나미로 500명 이상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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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지구 온난화가 심화하면서 전례 없는 기상이변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파키스탄은 기록적인 폭우로 강둑이 무너지고 강이 범람하면서 국토의 30% 이상이 물에 잠기는 대재앙과 마주했다. 이로 인해 520만 명 이상이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잃고 이재민 신세가 됐다. 파키스탄 정부는 선진국에 책임을 묻고 나섰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유엔 연설에서 “파키스탄은 탄소 배출량이 적은 나라임에도 서방국가들이 초래한 지구온난화 재앙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며 “이번 대홍수 등 기후위기에 따른 피해에 서방 선진국들의 책임 있는 행동과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주를 포함한 미 서부 지역에서 수년째 반복되는 대형 산불도 최근 급속히 증가하는 기후재난 중 하나다. 특히 2020년 캘리포니아 산불의 경우 최고 기온이 섭씨 49도까지 치솟아 산림이 극심하게 건조해진 가운데 시속 100㎞에 달하는 돌풍까지 가세하면서 남한 면적의 16%가 전소되는 등 100년 만에 최악의 산불로 이어졌다. 지난해 산불은 최종 진화에만 석 달 넘게 걸리기도 했다.

지구촌 자연재해는 실제 수치로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 집계에 따르면 2000년 이후 20년간 전 세계 자연재해는 7348건에 달해 1980~99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인명 피해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년간 재난·재해에 따른 사상자와 이재민 등 누적 피해자만 40억 명에 달하고 경제적 손실도 2조 달러(약 2640조원)를 훌쩍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급증하는 자연재해 중 상당수가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따른 현상이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자연재해 중 기후 관련 재난은 6681건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발생 빈도를 봐도 홍수가 163건(45%)으로 가장 많았고 태풍 102건(28%), 지진 27건(8%), 폭염 21건(6%) 등이 뒤를 이었다. 데바라티 구하사피르 벨기에 재난역학연구센터(CRED) 교수는 UNDRR 보고서에서 “지구 기온이 오를수록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고 피해 규모도 훨씬 커질 것”이라며 “이는 우리 모두의 삶의 터전인 지구를 우리 스스로가 지옥으로 만들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 같은 자연재해가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 국립빙설데이터센터는 지난달 남극의 바다 얼음 면적이 191만㎢로 1978년 위성 관측 이후 최소 면적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구 온도 상승 제한 목표인 1.5도를 달성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며 “빙하가 이런 속도로 계속 녹을 경우 전 세계 해안 지역 거주자에게 치명적인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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