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경 이행기 여성, 식은땀·안면홍조 땐 호르몬 치료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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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0호 28면

헬스PICK

여자는 평균 50세를 전후로 완경(完經) 이행기를 경험한다. 이 시기는 활력있는 인생 2막의 든든한 건강 자산을 형성할 기회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심소현 교수는 “평균 수명이 길어져 이제는 일생의 3분의 1인 30~40년을 완경 이후 삶으로 살아간다”며 “완경 이행기에 내 몸이 호르몬 감소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지 관심 갖고, 정확한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완경 이행기는 생리가 불규칙해지면서 완경으로 이어지는 시기를 말한다. 보통 46세를 시작으로 개인에 따라 2~10년, 평균 5년의 이행기를 거친다. 완경 이행기 건강 관리의 핵심은 여성호르몬 감소에 따른 증상에 대처하는 것이다. 심 교수는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지는 구간에 갱년기 증상이 나타나면 일단 6개월 정도 증상을 지켜보는 게 먼저다”라며 “여성호르몬 감소를 몸에서 잘 받아들이고 적응하면 증상이 있었다는 정도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10명의 3명은 증상이 안 나타나기도 한다.

완경 10년 내 치료 시작해야 효과

적극적인 치료는 안면홍조·식은땀·관절통 같은 증상 때문에 일상생활이 힘들 때 고려한다. 심 교수는 “여러 증상 때문에 부부 관계와 사회생활이 힘들면 호르몬 감소 곡선의 기울기를 완만히 하기 위한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길 권한다”며 “이후 에스트로겐 감소가 안정 시기에 들어서면 약을 끊고 몸이 자연스럽게 적응하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완경 이행기 증상은 순차적으로 나타난다. 초기 주요 증상은 안면홍조, 식은땀이다. 심 교수는 “약간의 열 오름 정도를 넘어 겨울에 땀 때문에 옷이 젖을 정도면 치료를 해나가는 게 맞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사회생활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안면홍조가 야간에 발생해 식은땀을 동반하면 잠을 제대로 못 자 불안과 감정 기복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점차 예민해지고 자신감이 저하되며 우울감이 온다. 심 교수는 “생리가 끊기는 부분에 대해 환자가 느끼는 상실감은 생각보다 크다. 가족 단위로 여행을 가는 등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심리적으로 지지해주는 것이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다음으로 나타나는 건 비뇨부인과적 문제다. 생식기 위축으로 통증이 있으면 부부관계가 힘들어지므로 치료받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요실금·빈뇨 같은 증상도 약을 먹으며 조절해나가면 효과가 좋다. 심 교수는 “완경 이행기에는 내가 느끼는 증상이  명백히 완경때문이란걸 대부분 환자가 알고 있다.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데, 호르몬 치료로 그 빈도를 줄임으로써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완경 이행기 후반에 나타나는 문제는 골다공증·심혈관계질환이다. 여성호르몬 감소로 인한 골밀도 소실은 마지막 생리의 약 1년 전부터 급속히 진행한다. 완경 초기에 호르몬 치료를 시작할수록 골 소실 예방에 도움된다. 또 완경이 왔을 때 10년 이내에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심혈관계 질환 발병과 이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크다. 완경 후 10년이 지났거나 60세가 넘었을 때는 호르몬 치료를 시작해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호르몬 대체 치료는 개인마다 득실을 판단해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증상이 없고 혈액·골밀도 검사상 특별히 문제가 없으면 호르몬 치료를 하지 않을 수 있다. 심 교수는 “호르몬 대체요법이 만병통치약처럼 알려진 경향도 있는데 이런 관점에서는 권하지 않는다. 노년기까지 이 약을 영양제처럼 먹지 않으면 늙는 것 같다고도 하나 이는 심리적 불안일 뿐으로, 치료를 더 해도 별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호르몬 치료를 65세 이상까지 길게 하면 오히려 치매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보고들이 있다. 적절한 치료 기간은 개인에 따라 2~10년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유방암 진단을 받았거나 담낭·간 질환, 혈전 질환이 있으면 호르몬 치료를 권장하지 않는다.

반대로 45세 이전에 이르게 완경이 오면 적극적으로 호르몬 치료를 해야 한다. 50세 이전에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지면 지질·혈관 대사가 급격히 감소한다. 심장병·골다공증·치매 위험 또한 높아진다. 일반적인 완경 시기까지 호르몬 농도를 맞추기 위해 가능한 한 일찍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 심 교수는 “예를 들어 난소와 관련한 수술을 받으면 완경이 이르게 올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야 한다”며 “이때는 증상과 상관없이 여성호르몬 치료를 50세까지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40세 이전의 조기 완경이면 호르몬 치료를 해도 같은 연령의 여성보다 여성호르몬 혈중 농도가 낮다. 충분한 기간 치료받아야 호르몬 부족에 따른 건강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담낭·간 질환자는 호르몬 치료 금물

완경이 가까워지고 있는지 예측해볼 수 있는 값은 난포 자극 호르몬(FSH) 수치다. 심소현 교수는 “가임기→완경 이행기→완경기의 진행 중 가임기에서 완경 이행기로 가는지를 감별하는 수치로, 40 이상일 때 완경으로 다가간다고 본다”며 “생리를 규칙적으로 하고 양이 많으면 굳이 해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임상적으로 1년 이상 생리가 없는 경우 10분의 9는 완경으로 판단한다. 10명의 1명은 1년 후 다시 생리하는 경우가 있다.

난소 나이 검사(AMH)는 완경 예측·진단과 관련 없다. 심 교수는 “난소 나이로 완경을 진단할 수 있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잘못된 정보”라며 “난소 나이 검사 결과 46세라고 해서 4년 뒤 완경이 오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AMH는 임신을 원하는 사람이 자연 임신과 시험관 시술 중 어떤 것이 나을지 판단하기 위해 해보는 검사다.

완경 이행기에는 건강검진에서  부인과 초음파와 골밀도·혈액 검사를 챙겨야 한다. 심 교수는 “완경 이행기에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는 못해도 여성호르몬 감소 때문에 내과 질환이 발생하거나 뼈가 약해질 수 있다. 그러면 적절한 치료가 필요해진다”고 조언했다.

완경 이후엔 걱정을 덜어도 되는 건강 문제도 있다. 자궁근종·자궁경부암이다. 다만 자궁내막암·난소암은 노년기라고 해서 발생 빈도가 낮아지지 않는다. 초음파로 검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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