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부회장, “北-경기도 단절된 이음새, 우리가 이었다…20년 형님 이화영 신뢰”

중앙일보

입력

쌍방울그룹의 800만 달러+α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 10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공판에선 이 전 부지사 측과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 간 공방이 벌어졌다. 경기도와 대북송금 간 연관성을 부인하려는 이 전 부지사 측과 “20년 거래한 이 전 부지사를 믿고 송금했다”는 방 부회장간 입장차가 벌어지면서다.

500만 달러 대납, ‘쌍방울 자체사업용’ 강조한 이화영 

2018년 10월 25일 방북 결과를 발표하는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 현재 쌍방울에게 뇌물 및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의 500만 달러 대북송금과 자신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와 대북사업을 논의하기 이전에도 쌍방울이 자체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

2018년 10월 25일 방북 결과를 발표하는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 현재 쌍방울에게 뇌물 및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의 500만 달러 대북송금과 자신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도와 대북사업을 논의하기 이전에도 쌍방울이 자체 계획을 갖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

 이 전 부지사 측 서민석 변호사는 이날 방 부회장에 대한 반대신문에서 ‘쌍방울의 대북송금은 경기도가 아닌 자체 대북사업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서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에 대한) 법인카드 제공은 2018년 7월2일부터인데, (2018년10월) 대북사업도 하기 전에 카드를 제공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증인으로 나선 방 부회장이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사외이사·고문을 계속하면서 썼던 카드를 계속 쓰게 한 것”이라고 답하자 “고마운 말씀”이라며 “카드를 제공한 시점엔 대북사업에 도움받겠단 생각이 없었다. 그렇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방 부회장은 “당연하다”고 답했다.

 오전 신문에서 방 부회장은 쌍방울이 이 전 부지사 방북 전인 2018년 9월 말~10월 초에도 대북사업 구상을 했었다고도 답했다. 중국 훈춘에 속옷 생산 공장을 갖추고, 과거 북한의 나진·선봉의 생산공장을 인수하기도 했던 쌍방울이 북한 인력을 유입해 현지 속옷 생산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방 부회장에 따르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당시 “판을 좀 키워보는 건 어떨까”라고 말했고 대북 사업 대가로 북한에 1000만 달러 상당의 속옷도 기부할 의사가 있었다고도 증언했다.

 서 변호사가 “전문가도 없이 그렇게 구상했다는 건가”라고 묻자 방 부회장은 ‘북한 전문가’라고 휴대전화에 입력한 브로커를 통해 김일성종합대학 병원에 신장 투석기 5대를 기부하고 대북사업을 하려 했다고도 말했다. 2018년 10월 이 전 부지사가 안부수 전 아태평화교류협회장을 브로커로 소개해주기 이전부터 또 다른 브로커를 접촉했단 의미다.

방용철, “골치 아픈 부분 우리가 해결…이화영 믿어”

해외 도피생활 중 태국에서 체포된 쌍방울 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이 지난 1월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은 현재 구속기소된 김 전 회장 편에서 이 전 부지사의 500만 달러 대납 요구와 뇌물 및 정치자금 등을 인정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해외 도피생활 중 태국에서 체포된 쌍방울 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이 지난 1월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은 현재 구속기소된 김 전 회장 편에서 이 전 부지사의 500만 달러 대납 요구와 뇌물 및 정치자금 등을 인정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방 부회장은 그러나 실제 이뤄진 800만 달러 대북송금에선 경기도와의 관련성을 분명히 했다. 서 변호사는 “대북제재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총책임자(이 전 부지사)가 북한에 돈을 줘도 된다고 말했단 말인가”라며 “혹시 북한에 사기당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방 부회장은 단호한 어조로 “20년을 거래했고, 경기도 평화부지사이고, 우리 회사의 고문·사외이사를 했고 (쌍방울) 법인카드를 쓴 이 전 부지사가 (남북) 분위기가 좋아질 것이라 얘기해 믿었다”며 “김성혜 조선아태위 실장과 박철 부위원장의 입에서 이화영 얘기가 나왔고, 셋(북한·쌍방울·이화영)이 만나기도 했다”고 못 박았다.

 김성태 전 회장이 2019년 5월 중국 심양에서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와 경협 합의서를 쓰고 “쌍방울과 경기도가 같이 간다”고 말한 의미에 대해선 “무언의 약속이다. 계약은 제재가 풀리는 상황을 전제로 되어있고, 중간에는 이화영이 있었다. (김성태) 회장님은 그분을 절대 신뢰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수익사업을 못 하는 지방자치단체인데 어떻게 같이 간다는 거냐”라고 묻자 “(경기도의) 골치 아픈 부분(500만 달러 대납)을 해결해드렸잖냐. 단절된 이음새를 이어준 것이다. 왜 같이 못 간다고 생각하냐”라고도 말했다.

“500만 달러, 쌍방울 계약금이자 경기도 대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쌍방울이 북한에 건넨 500만 달러의 성격을 두고도 양측의 입장은 갈렸다. 서 변호사는 북한 민경련과 쌍방울과의 1억 달러 규모 경협 합의를 체결한 것을 거론하며 “북한과 계약에 따른 계약금은 따로 안 보냈냐”라고 물었다. 500만 달러가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 대납이 아닌 쌍방울-민경련 간 계약의 선금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물은 것이다. 방 부회장은 이에 대해 “계약금 성격도 있지만 우리 입장에선 스마트팜 사업까지 다 따내는 게 낫지 않느냐”며 대납 성격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서 변호사는 경기도가 활용할 수 있는 남북교류협력기금이 30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거론하며 “경기도에 대한 신뢰는 금전 지원에 대한 신뢰인가”라고 물었다. 방 부회장은  “경기도가 아니라 이화영”이라며 “(북한과) ‘이렇게 만나고 있다’는 것을 ‘건 바이 건(건건이)’ 만나 의논했다”고 답했다. 방 부회장은 이날 이 전 부시자에 대한 호칭에 대한 질문에서도 “항상 형님이라 불렀다”고 말했다.

 이날 반대신문에선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성태 전 회장과의 통화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서 변호사가 “2019년 1월 이 전 부지사가 이재명과 통화다가 김성태 회장을 바꿔줬다면 통화기록이 남을 텐데 없다”라고 하자 방 부회장은 “위챗, 카카오톡, 텔레그램이 있지 않으냐. 그런 식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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