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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후보 사퇴에 검찰 수사까지…KT 주총 앞두고 더 거세진 외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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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광화문KT 사옥.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광화문KT 사옥. 연합뉴스

윤경림 차기 대표이사 후보(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을 둘러싼 외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KT 사외이사 후보자가 지목 이틀만에 사의를 표명하고, 2대 주주인 현대차마저 등을 돌리면서다. 시민단체 고발 이틀 만에 검찰도 윤 후보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KT는 10일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외이사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다”고 공시했다. 임 고문은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을 지내고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 대선 후보 캠프에서 상임경제특보를 맡아 친여권 성향으로 분류된 인물이다. 임 고문은 KT 이사회에 “KDB생명보험 대표로 추천돼 해당 자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사퇴 이유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됐던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전 금통위원)이 10일 사의를 표했다. 연합뉴스

KT 사외이사 후보로 내정됐던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전 금통위원)이 10일 사의를 표했다. 연합뉴스

임 고문이 맡으려던 사외이사 자리는 당분간 공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KT 이사회 이사는 “아직 이사들끼리 관련 논의는 하지 않았다”며 “일정상 주주총회 전까지 적합한 후보자를 찾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새 사외이사 후보를 내정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난 6일 임기를 2년 남기고 KT 사외이사에서 사임한 벤자민 홍 라이나생명보험 이사회 의장의 자리도 현재 공석이다. 이로써 현재 KT 사외이사는 임기가 1~2년씩 남은 사외이사 3명(김용헌·유희열·김대유)과 이달말 임기가 만료되지만 주총에 재선임 후보로 상정된 3명(강충구·여은정·표현명) 등 총 6명이다.

KT 이사회는 주주총회 등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KT 정관에 따르면 ‘사외이사의 수는 8인 이하로 유지하도록’ 돼있어 6명이라도 남은 일정을 진행하는 데 문제 없다는 게 이사회 측의 설명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대 주주 현대차 “대주주 의견 존중해야”

KT 2대 주주(지분 7.8%)인 현대차그룹도 “대표이사나 사외이사 선출과 같은 주요 사안에서 이사회가 대주주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최근 KT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현모 대표의 연임 도전에 비판적이었던 국민연금에 힘을 보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은 KT 지분 10.1%(지난해 말 주주명부 기준)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이 윤경림 사장에 대한 입장을 낸 적은 없지만, 윤 사장을 대놓고 비난한 여권의 기류를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반영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9월 KT와 7500억원 상당의 지분을 맞교환해 2대 주주가 됐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현대차와 함께 현 KT 경영진 우호지분으로 분류됐던 3대 주주인 신한은행도 어떻게 나올 지 모른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월 KT와 디지털전환(DX) 파트너십을 맺으며 지분을 교환, KT 지분 5.58%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KT 소액주주들은 윤 사장의 대표 선임에 힘을 싣고 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지난달 25일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을 개설했다. 개설 목적으로는 “개인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정부의 외압에 반대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들은 31일 주총 전까지 500만주를 모아 윤 후보 쪽에 힘을 보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페 운영진의 공개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181만8417주가 모였고, 이후로도 소액 주주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윤경림 “현대차 의혹 사실무근, 지배구조 개선할 것“

 KT 이사회가 7일 차기 대표이사 압축 후보 4인을 최종 심사해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후보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달 말 예정된 정기 주주 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받으면 정식으로 차기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사진 KT

KT 이사회가 7일 차기 대표이사 압축 후보 4인을 최종 심사해 윤경림 KT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후보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달 말 예정된 정기 주주 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받으면 정식으로 차기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사진 KT

KT는 이날 ‘주총 소집 공고 정정 신고’ 공시를 내고 “윤 후보는 대표이사로 선임 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라는 내용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윤 사장은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된 다음날(9일) 지배구조개선 TF를 구성하며 정부·여당의 요구에 적극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KT는 공시에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명확화”를 위해 주총 소집 공고를 수정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KT 이사회 규정엔 대표이사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들어갈 수 있게 돼 있어 사외이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윤 사장은 자신이 대표에 선임된다면 이 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 KT 관계자는 “이사회 선임을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KT는 이날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윤 사장과 구 대표의 관계에 대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지난 2021년 구 대표 친형이 운영하는 벤처기업(에어플러그)을 현대차가 인수하는 과정에 당시 현대차 임원이던 윤 사장이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는 취지다. 이날 KT는 “윤 사장은 현대차의 투자 결정 한 달 전인 2021년 6월 이미 사의를 밝힌 상태였다”며 “해당 투자 의사 결정과 관련된 부서에 근무하거나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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