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배우자와 딸들이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9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LG 사장단 워크샵'에서 최고경영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 LG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배우자와 두 딸이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LG 측은 “서로 합의에 따라 4년 전 적법하게 완료된 상속”이라고 반박했다.
10일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구 회장의 어머니인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는 지난달 28일 서울서부지법에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을 제기한 김 여사와 그의 두 딸은 통상적인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배우자 1.5 대 자녀 1인당 1의 비율로 상속이 이뤄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전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큰아들이다. 고 구 회장은 LG그룹의 전통인 ‘장자 승계’ 전통을 따르기 위해 2004년 조카였던 구광모 회장(당시 LG전자)을 양자로 들였다. 이로써 구광모 회장은 그룹 후계자가 됐으며 큰어머니였던 김 여사와는 모자 사이, 사촌지간이었던 구 대표·연수씨와는 남매 사이가 됐다.
2018년 별세한 구본무 전 회장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2조원 규모의 재산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회장은 이 가운데 8.76%를 물려받았다. 원래 보유하고 있던 지분 6.25%(당시 2대 주주), 이후 할아버지인 고 구자경 명예회장 지분 추가 상속 등을 통해 구 회장의 지분은 2021년 말 기준 15.95%로 늘어 최대 주주가 됐다. 구 대표와 연수씨는 각각 2.01%(당시 약 3300억원), 0.51%(약 830억원)를 각각 상속받았다. 김 여사에게는 ㈜LG 지분이 따로 상속되지 않았다. 세 사람은 기존 보유분을 더해 2021년 말 총 7.84%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LG 측은 “상속인 4인은 수차례 협의를 통해 ㈜LG 주식 등 경영권 관련 재산은 구 회장이 상속하고,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은 ㈜LG 주식 일부와 선대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상품, 부동산, 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라며 “상속은 2018년 11월 적법하게 완료됐고, 관련 내용은 세무 당국에 투명하게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이 내야 하는 상속세는 약 7200억원 규모다. 5년 동안 6회에 걸쳐 나눠 내는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 현재까지 5회 납부했고, 올해 말 마지막 상속세를 납부한다는 계획이다. 구 회장을 포함한 모든 상속인이 내야 할 상속세는 9900억원에 달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어 LG 측은 “LG가(家)의 경영 원칙과 전통에 따라 경영권 관련 재산인 ㈜LG 지분 모두는 구 회장에게 상속돼야 했으나 상속인 3인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여동생들이 일부 지분을 상속받는 데 합의했다”며 “고인 별세 후 5개월 동안 수차례 협의를 통해 상속이 법적으로 완료됐고, 이미 제척기간(3년)이 지났다. 인제 와서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LG는 1947년 창업 이후 오너 4세인 구광모 회장에 이르기까지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허(許)씨 가문과 동업을 했으며 후손도 많아서 고 구인회 창업회장부터 명예회장, 선대회장에 이르기까지 집안 내, 회사 내에서 재산을 두고 다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는 가풍을 지켜왔다. 실제로 구 회장이 취임하자 ㈜LG의 2대 주주였던 구본준 당시 LG그룹 고문은 LG상사와 하우시스, 판토스 등을 거느리고 계열 분리해 LX그룹을 만들었다.
그동안 경영권과 재산 관련 분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던 LG에서 76년 만에 재산 재분할 소송이 처음 제기된 것이다. LG 관계자는 “재산 분할을 요구하며 그룹의 전통과 경영권을 흔드는 것은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 측 법률 대리인은 헌법재판관 출신 강일원 법무법인 케이원챔버 변호사 등이 맡았다. 강 변호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개인 사건과 관련해 대리인으로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로고스 측은 “경영권 분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상속 과정에서 있었던 절차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제기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상속 분쟁이 일자 이날 ㈜LG의 주가는 전날보다 6.58%(5300원) 오른 8만5900원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8만9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