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종전선언이 합의에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한 유감을 거듭 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언론들은 내달 발간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신간에 실릴 내용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다음달 출간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신간 표지 이미지. 사진 위닝팀 퍼블리싱 출판사 홈페이지 캡처
9일(현지시간)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40여년간 세계적인 유명인사와 정치인들에게 받은 서한 150점을 모은 책 『트럼프에게 보낸 편지들』(Letters to Trump)이 내달 25일 출간된다. 책이 나오면, 그간 간간이 공개됐던 김 위원장과 트럼프 간 친서 교류 내용이 더 자세히 알려질 것으로 보인다.
책을 사전 입수한 폴리티코는, 김 위원장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북미정상회담 당시 합의문에 종전선언이 들어가지 않은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드러냈단 점을 공개했다.
회담 한달 뒤인 7월 30일,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친서엔 "비록 기대했던 종전선언이 빠진 데 대한 애석한 감은 있지만, 각하와 같이 영향력 있고 뛰어난 정치인과 좋은 관계를 맺게 돼 기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김 위원장은 또 "나는 확실히 종전선언이 양국 간 관계 발전을 고무시키고 세계 평화를 촉진하는 세계사적 사건으로서 이른 시기에 빛을 볼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 미국 공화당 내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인기가 다시 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서로를 '로켓맨' '리틀 로켓맨'이라 부르며 날을 세우던 김 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극적으로 가까워지던 당시, 둘 사이의 '친서 정치'는 국제사회에서 큰 관심을 받았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관련 후속 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던 탓도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친서에 덧붙여 자신의 의견을 기술한 부분에서 "나는 아주 심각한 상황을 진정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며 자신이 미국과 북한 간 전쟁을 막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출간을 앞두고 가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도 김 위원장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우리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으며, 아주 훌륭한 관계를 가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전화를 걸어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트럼프는 그간 북한 당국자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올림픽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해왔지만, 그 당국자가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밝힌 것은 처음이다. 당시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선수단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보낸 덕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으며, 한국이 올림픽을 잘 치를 수 있었단 점을 강조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을 당시의 모습. AFP=연합뉴스
이와 관련, 폴리티코는 "트럼프는 새 책에 김 위원장의 친서가 꼭 필요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과의 관계가) 재임 당시 가장 기이하고 위험 부담이 컸던 관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공화당에선 대선주자로서 인기가 반등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 각종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트럼프 입장에선 재임 당시 김정은과 잘 지냈단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싶을 거란 의미다.
트럼프의 책 출간은 지난해 말 사진집 『우리의 함께한 여정』(Our Journey Together)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사진집은 두 달 만에 2000만 달러(약 265억원)를 벌어들여 화제를 모았다. 이번 책에는 오프라 윈프리,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고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 등 유명인사들의 편지가 실린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가는 99달러(약 13만원), 서명본일 경우 399달러(약 53만원)로 책정됐다.
한편 신간과 관련해 저작권 문제와 관련한 소송 등이 일 수 있다고 포브스는 보도했다. 또 김 위원장의 친서는, 트럼프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국가기밀 유출' 문제와 관련될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