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불모지'나 다름없는 체코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첫 경기에서 중국에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중국 대표팀 소속으로 WBC에 출전한 투수 주권(28·KT 위즈)은 역전 홈런을 맞고 고개를 숙였다.
체코의 마르틴 무지크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B조 1라운드 중국전 9회 초 극적인 역전 3점 홈런을 친 뒤 홈에 들어오며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체코는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B조 1라운드 중국전에서 9회 초 터진 마르틴 무지크의 3점포를 앞세워 8-5로 역전승했다. 사상 처음으로 진출한 WBC 본선 무대 첫 경기에서 역사적인 첫 승리를 신고하는 감격을 맛봤다.
체코 대표팀은 대부분 '진짜 직업'이 따로 있는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소방관으로 일하는 에이스 마르틴 슈나이더를 포함해 외판원, 애널리스트, 고등학교 지리 교사, 부동산 중개인, 언론사 홍보직원 등 직군도 다양하다. 프로야구 경험이 있는 선수는 메이저리그(MLB)에서 11년간 뛴 2번 타자 에릭 소가다뿐이다. 체코 대표팀을 이끄는 파벨 하딤 감독마저 본업은 신경과 전문의다.
체코가 지난해 유럽 지역예선에서 프랑스, 독일, 스페인을 차례로 꺾고 본선 진출권을 따낸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운 성과였다. 다른 일로 돈을 벌고 여가 시간을 쪼개 야구를 하는 체코 선수들은 "같은 B조에서 오타니 쇼헤이(일본·LA 에인절스)를 상대해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며 휴가를 내고 첫 WBC에 나섰다. 그런데도 자국 야구리그를 운영하고 있는 중국과 예상 밖의 접전을 펼친 끝에 극적인 역전 드라마까지 일궜다.
체코의 마르틴 무지크(49번)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B조 1라운드 중국전 9회 초에 극적인 역전 3점 홈런을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체코는 1회 초부터 리드를 잡았다. 보히테크 멘시크와 소가드의 연속 안타, 중국의 실책과 희생플라이를 묶어 먼저 2점을 뽑았다. 3회 초에는 마테이 멘시크가 좌월 솔로홈런을 터트려 3-0까지 달아났다. 5회 말 1점을 빼앗겼지만, 6회 초 다시 1점을 보태 4-1 리드를 유지했다.
위기는 7회 말 찾아왔다. 중국 타선에 안타 4개(2루타 2개)와 볼넷 2개를 내주면서 4실점해 4-5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나 그대로 물러서진 않았다. 패색이 짙던 9회 초 집중타로 다시 승부를 뒤집었다. 1사 후 '외판원 4번타자' 마르틴 체르벤카가 볼넷을 고르자 마테히 멘시크가 좌익선상 2루타로 1사 2·3루 기회를 만들었다.
뒤이어 타석에 선 무지크는 급하게 마운드에 오른 중국 마무리 투수 주권의 초구를 걷어올려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3점 아치를 그렸다. 기세가 오른 체코는 멈추지 않고 페트르 지마의 2루타와 필리프 스몰라의 적시타로 1점을 더 뽑아 승기를 굳혔다.
체코 선수들이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B조 1라운드 중국전에서 역사적인 WBC 본선 첫 승리를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KBO리그 KT 불펜 투수로 뛰고 있는 주권은 아버지의 국적을 따라 중국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결정적인 홈런을 허용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중국은 9일 일본전 패배에 이어 B조 최약체로 꼽힌 체코에게도 져 2패를 떠안게 됐다.
값진 1승을 안은 체코는 11일 오후 7시 일본과 2차전을 치른 뒤 12일 낮 12시 한국과 맞붙는다. 13일에는 1차전에서 한국을 꺾은 호주와 1라운드 마지막 대결을 펼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