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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S 사회고위층 깔려있다"…PD가 밝힌 알몸 편집 안 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가 발언하고 있다. 넷플릭스

10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신이다' 조성현 PD가 발언하고 있다. 넷플릭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어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버린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을 연출한 조성현 PD가 선정성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10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엔 80개가 넘는 매체가 몰렸다. 이 자리에서 그는 “(공개 후) 계속해서 선정성 키워드(얘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문제의식이지만, 영화·드라마가 아닌, 실제로 누군가가 당했던 사실이라는 점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8부작 시리즈 '나는 신이다'는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과 오대양 사건의 박순자, 아가동산의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목사 등 스스로 ‘메시아’라고 주장하는 4명의 인물을 다룬다. 피해자들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이른바 사이비 종교인의 만행을 고발한 다큐멘터리다. 지난 3일 공개 이틀 만에 국내 넷플릭스에서 시청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작품이 화제가 되면서 일각에선 고발 내용이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JMS편(1~3부)에서는 성폭행 피해자가 녹음한 성범죄 현장 녹취가 음성 변조 없이 그대로 나오고, 여성들의 나체가 모자이크 없이 반복 노출된다. 범죄 재연 장면도 수차례 등장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공식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공식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조 PD는 "모자이크를 뿌옇게 해서 어떤 한 교주가 신도들에게 몹쓸 짓을 했다고 끝내고 싶지 않았다"면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지 않으면, 이들은 (조작한 녹취 혹은 영상이라는 식으로) 방어 논리를 구축해 나간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나체 장면은 과거에도 모자이크된 상태로 여러 번 나갔는데, 이를 두고 JMS는 여성들이 돈 받고 조작한 것이라고 하다가 나중엔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것이라고 해명을 했다”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명백하게 보여줘야 그 안(JMS)에서 한두명이라도 (탈퇴자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제작 의도를 위해선 이번 형태가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년 동안 200명 인터뷰…“'PD 수첩'에선 못했을 것”

MBC에서 'PD 수첩'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만들어 온 조 PD는 '나는 신이다'를 통해 처음으로 넷플릭스와 작업했다. 원래는 MBC 제작물로 기획했지만 엎어졌고, 아쉬움에 넷플릭스에 직접 제작 제안을 했다고 한다.
조 PD는 “지상파에서도 비슷한 방송을 많이 내보냈는데 왜 이번에 유독 반응이 클까, 표현의 수위와 상관없이 왜 다른 때에 비해 젊은 층이 반응할까 생각했다”며 “아마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통해 작품을 보는 시청자에겐 이것이 새로운 이야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2년 동안 200명 넘게 인터뷰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지상파가 아닌 OTT 플랫폼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만약 'PD 수첩'으로 제작했다면 8∼10주 정도 시간을 들여 만들었을 거고,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적었을 것"이라며 "피해자로 등장하는 메이플이라는 친구도 인터뷰에 응하기까지 40일 간을 기다렸다. 'PD 수첩'이었다면 만나지 않기로 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사이비는 우리 사회가 길러낸 괴물”

오랜 기간 취재와 제작을 하며 사이비 종교에 대한 그만의 시각과 입장도 세워졌다. 조 PD는 "사이비(종교)는 우리 사회가 길러낸 괴물"이라면서 "왜 한국이 (사이비)교주들에게 안전한 나라가 됐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우리 사회가 종교에 대해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정명석은 많은 여성에게 몹쓸 짓을 하고도 10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미국판 JMS로 불리는 워런 제프스는 종신형에 20년형을 더 선고받았다"면서 한국의 솜방망이 처벌을 비판했다.

그는 "취재하며 정말 놀란 건 사회 곳곳에 고위층이라고 불리는 사람 중에 사이비 종교 신자가 많이 포진돼 있다는 점"이라면서 "종교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나라에서 종교를 믿는 것 자체를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양가 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KBS가 내부에 JMS 신도 PD와 통역사가 있는지 진상 조사를 벌이는 것과 관련해선 “잘못은 종교를 믿는 사람이 아니라, (사이비)종교를 만들어서 잘못된 길로 가게 한 교주에게 있다"며 자칫 마녀사냥으로 번질 것을 우려했다.

조 PD는 “(사이비 종교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시작됐다”면서 “구조적인 문제와 어떤 대안이 있는지 등은 이번 다큐멘터리에선 다루기 쉽지 않았다. 상황이 무르익으면 하고 싶은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한번 시작한 이야기고, 더 다루고 싶은 얘기가 많아 공부를 시작했고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나고 있다”며 후속작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또 “아가동산 편(5~6부)은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조만간 다시 들어올 움직임이 있다. 2000년대 초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송금지 가처분이 인용된 적이 있어 우려스럽다”며 “(법원 판단으로 방송이) 내려갈 수도 있기에 보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꼭 봐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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