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은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전모(64)씨의 사망 책임을 검찰 수사 탓으로 돌리자 "남의 핑계 좀 대지 마시고 본인 책임부터 이야기하시라"고 비판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배임 혐의 관련 오전 재판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 비서실장의 사망은 검찰 수사 때문'이라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제발 남 핑계 좀 대지 말고 본인 책임부터 얘기하라"고 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의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주재하며 "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입니까. 수사당하는 게 제 잘못이냐"고 책임 회피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전날(9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수정구의 한 아파트에서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전직 공무원 전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전씨는 유서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이 대표의 이름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발언 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유 전 본부장은 전씨의 사망엔 이 대표의 책임이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재판 출석 길에서도 "본인(이재명)이 책임져야 하는데 항상 뒤로 물러나 있다. 도시공사(성남도시개발공사)의 경우엔 저만 기소돼 있지 않나"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어 "그분도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을 져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숨진 전씨에 대해선 "굉장히 조용하게 일하시던 분인데 안타깝다"며 "이 대표의 사소한 부분까지 많이 챙겼다"고 회상했다.
유 전 본부장은 "공무원들은 나중에 갖은 처벌을 받게 되니 두려운 것"이라며 "그걸 숨기려다가 자백할 타이밍을 놓치게 되고, 뒤늦게 자백하면 진술 번복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뭘 하든 내가 우선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데 따른 압박감에 공무원들이 굉장히 힘든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장이 너무 무리하고 편법적인 것을 요구하면 공무원들은 굉장히 괴로워하고 끙끙 앓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재판장에서 유 전 본부장은 재판을 일찍 마쳐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어제 이재명 전 비서실장 소식에 충격을 받아 수면하지 못하고 가슴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며 변론을 분리하는 방법으로 유 전 본부장만 퇴정하게 해주고, 그것이 어렵다면 이날 재판을 오후 4시께 일찍 마쳐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날 재판을 오후 4시까지만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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