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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퍼거증후군""교도소 가라" 계파갈등 與, 이재명엔 단일대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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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모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자 여권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집중포화를 쏟아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를 둘러싸고 죽음의 그림자가 연속되고 있어서 섬뜩한 느낌을 금할 수 없다”며 “이 대표의 관계인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운명을 달리하는 것에 대해 국민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이 대표는 민주당 대표로서 직무수행을 하는 것이 적합한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상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촉구한 것이다. 김 대표와 가까운 인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를 더는 대화 파트너로 보기 어렵다는 게 김 대표 생각”이라며 “현재 추진 중인 이 대표와의 만남도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날 경기 수원 현장 최고위에서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인가”라고 말한 점도 여당은 맹비난했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전씨는 유서에 ‘이 대표는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십시오’라는 글을 남겼다고 한다”며 “이 대표는 이 내용을 아는지 모르는지, 검찰 수사를 ‘사냥’이라고 표현하며 아전인수식 발언만 늘어놨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주호영 원내대표도 “가혹 행위나 고문이 있어야 과도한 수사인데, 지금까지 목숨을 버린 분들이 그런 주장을 안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와 중앙대 동문인 권성동 의원도 페이스북에 “전씨에 대해서는 검찰의 참고인 조사 한 번만 이뤄졌다. 결코 수사가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 될 수 없다”며 “이 대표는 정치를 그만두라”고 지적했다.

여권 지도부는 “비극이 계속되는데도 어떻게 침묵할 수 있느냐”(성일종 정책위의장), “스스로 교도소로 걸어 들어가라”(김재원 최고위원)는 등 종일 이 대표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같은 여권의 파상공세는 이 대표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끌어올리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8일 발표된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지난 5~7일)에서 ‘이 대표가 대표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은 53.8%였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정당한 수사’라는 응답이 53.9%로, ‘정치 보복수사’라는 응답(40.7%)보다 많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유승민 전 의원이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유승민 전 의원이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여론 과반이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데 국민의힘이 이런 여론을 키우기 위해 집중공세를 펴고 있다”며 “현재 10%포인트 안팎인 국민의힘과 민주당 지지율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고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권에서는 ‘외부의 적’인 이 대표를 때리면서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계파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그간 친윤계와 갈등을 빚어 온 유승민 전 의원은 9일 밤 “정치고 뭐고 다 떠나서 희생을 막아야 할 책임이 이재명 당신에게 있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비윤계 김웅 의원도 페이스북 글에서 “이 대표는 아스퍼거 증후군에 걸린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다른 이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이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친윤계 관계자는 “이 대표에 대해서는 당이 단일대오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관련 신상 발언을 마친 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관련 신상 발언을 마친 후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향후 이 대표 2차 체포안이 국회로 넘어올 경우를 대비한 움직임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27일 표결된 이 대표 체포안은 가결 요건(찬성 149표 이상)에 10표 모자란 찬성 139표에 그쳐 최종 부결됐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자기 책임은 없다고 하는 이 대표 모습에 민주당 비주류 의원들도 적잖게 실망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익명을 원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만약 이 대표가 총선 직전까지 대표직을 유지하면 우리 당의 총선 승리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며 “전략적인 측면에서 공세의 수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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