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10일 외신기자클럽 브리핑에서 강제징용 해법을 "고령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적극적으로 보듬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10일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인 제3자 변제안에 대해 “오랜 무관심 속에 묻혀있던 고령 피해자와 유족의 아픔을 우리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보듬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말했다. 조 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클럽 브리핑에서 “(해법의) 미흡한 점에 대한 지적을 유념하면서 해법 이행 과정에서 피해자와 유족의 의견에 더 귀를 기울여 나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6일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 이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양금덕 할머니 등 일부 피해자와 야당은 이번 해법을 일본 측에 면죄부를 준 해법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국민 열 명 중 여섯명은 해법의 핵심 내용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8∼9일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9%는 정부가 발표한 징용 해법에 대해 '일본의 사과와 배상이 없어 반대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제3자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일본 피고 기업(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 대신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기 위한 재원을 '한·일 기업의 자발적 기여'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따라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일본 피고 기업은 제3자 변제 과정에 일절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열려있는 문을 통해 (피고 기업이)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은 닫지 않았다”면서도 “지금 당장 단기간 내에는 피고 기업의 기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주장보다 많은 분이 동의할 가능성"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왼쪽) 할머니와 김성주 할머니는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을 비판했다. 연합뉴스
정부의 징용 해법인 제3자 변제안에 대해선 피해자 간 입장이 엇갈린다. 양금덕 할머니를 비롯한 생존 피해자 3명은 일본 피고 기업이 아닌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배상금을 대신 지급할 경우 이를 수령하지 않겠단 입장이다. 반면 손해배상금과 관련한 재산권을 승계받은 상당수의 피해자 유족은 제3자가 지급하는 배상금을 수령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피해자 측) 시민단체에서 말하는 숫자보다 많은 분들이 (제3자의 배상금) 지급에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15명의 피해자가 최대한 정부 입장을 이해하시고 판결금을 수령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쓰비시중공업 등 피고 기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로 매각해 현금화하는 절차에 대해선 제3자 변제안을 추진한 이후 '청구 이의의 소'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일본 도쿄 마루노우치 니주바시빌딩의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명판. 연합뉴스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가 한·일 간 핵심 현안으로 급부상한 계기였던 ‘현금화 조치’에 대해선 피고 기업이 청구 이의의 소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등은 2018년 확정판결 이후에도 손해배상금을 받지 못하자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로 매각해 이를 배상금으로 활용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상태다. 현재 해당 현금화 요청은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일제강제동원지원재단이 판결금을 대신 변제함으로써 이 문제가 법률적으로 한 단계 지나면 일본 피고 기업은 강제집행 절차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소를 제기해야 한다”며 “법원에서 판결금이 (피해자에게) 지급됐기 때문에 (피고 기업은) 더 이상 채무가 없다고 확인해 주면 일본 피고 기업들은 법률적인 의미에서 (배상 책임이) 해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징용 해법, 미래지향적 접근"

조태용 주미한국대사는 9일(현지시간)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행사에서 이번 강제징용 해법을 "한미일 3국 협력의 긍정적 결과를 도출해낼 많은 기회"라고 표현했다. 연합뉴스
한편 미국 내에선 한국의 징용 해법이 한·미 동맹과 한·미·일 공조 강화에 윤활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태용 주미대사는 9일(현지시간) 전직 주한미국대사를 초청한 한·미 동맹 70주년 행사에서 “이번 (징용 해법 발표) 결정이 한·일 양국,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3국이 앞으로 협력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낼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이 문제를 정치적 관점이 아닌 전략적 관점, 더 넓은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는 징용 해법에 대해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정치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또 “우리는 조상의 명예를 경시해서는 안 되지만, 후손의 성공을 위한 무대를 마련할 수 있게 미래도 봐야 하며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그것을 해냈다”고 덧붙였다. 오는 16일 일본에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선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을 일본으로 초청한 것은 매우 의미 있다”며 “한·일 관계와 한·미·일 3자 관계, 그리고 확실히 한·미 동맹에 매우 좋은 시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