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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비행장 타격 연습" SRBM 6발 쏜 北, 되레 허점 드러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일 북한은 전날 서해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6발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하에 남측 공군 비행장을 타격하는 연습"이라고 밝혔다. 사흘 후 대규모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앞두고 북한이 절대적으로 열세에 놓인 공군 전력을 만회해보려는 시도로 풀이되는데, 이 같은 반발 시위가 오히려 북한의 '초조함'만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서부전선의 중요작전임무를 담당하고있는 화성포병부대의 화력습격훈련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일 서부전선의 중요작전임무를 담당하고있는 화성포병부대의 화력습격훈련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南 공군 기지 겨냥 훈련"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9일 김 위원장이 서부전선 화성포병부대의 화력습격훈련을 '현지지도'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9일 오후 6시 20분 평안남도 남포에서 서해 방향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수발 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선중앙통신은 '신형전술유도무기'를 발사했다고 밝히며, 6발이 일제히 날아가는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의 신형전술유도무기는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KTSSM)과 유사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화력습격중대는 적작전비행장의 주요요소를 가상하여 설정된 조선서해상의 목표수역에 위력적인 일제사격을 가함으로써 자기들의 실전대응능력을 자신감 있게 과시하였다"고 했다. 훈련이 한국의 공군 비행장을 표적으로 삼아 타격하는 연습이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20일에도 서부지역 공군기지를 노리고 SRBM 2발을 발사했다.

이와 관련,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이날 발사한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전술핵 탄두를 아직 개발하지 못했고 사거리를 고려해도 충천권의 공군 기지까지만 실제 타격할 수 있다"며 "이렇게 적절하지 못한 무기 체계로 공군 기지 타격을 논하는 것은 그만큼 북한이 우리 공군에 대해 공포가 높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양회 중 '서해'로 발사

중국의 최대 연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동해가 아닌 서해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점도 주목된다. 중국 선박·항공기 활동이 많은 서해 일대의 군사 활동은 중국이 민감하게 여길 수 있다. 합참 관계자는 "양회 기간 중에 서쪽으로 쏘다 보니 미사일의 비행 거리를 기존보다 짧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화성포병부대의 화력습격훈련을 현지지도하는 모습. 이날 현지지도에 동행한 둘째 딸 김주애도 함께 걸어가고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화성포병부대의 화력습격훈련을 현지지도하는 모습. 이날 현지지도에 동행한 둘째 딸 김주애도 함께 걸어가고 있다. 조선중앙TV. 연합뉴스.

9일 미사일의 짧은 비행거리와 낮은 고도는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이유도 있지만, 북한이 지난해부터 그랬듯 도발 패턴과 미사일 제원을 다양화하며 한·미 대응 태세를 떠보는 전략의 일환이라는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9일 SRBM 발사는 저녁 시간에 서해 방향 발사, 다종 동시 발사, 짧은 사거리 등 특징으로 미뤄볼 때 우리 군의 탐지 능력을 시험하려는 의도에 방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실제 군은 이날 미사일 낮고 짧은 궤적 때문에 추가 분석 이후에야 복수의 미사일이 동시 발사됐다고 판단했다.

또 이날 미사일은 남포시의 저수지인 '태성호' 부근에서 발사됐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저수지 안의 돌출 지형에 이동식 발사차량(TEL) 6대를 위치한 뒤 각 1발씩 총 6발의 미사일을 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9월에도 저수지에서 탄도미사일을 쏜 뒤 보름 뒤 이 사실을 공개하면서 한·미의 탐지 능력을 떠본 적 있다.

9일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 6발이 평안남도 남포시의 저수지인 태성호 부근에서 발사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9일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 6발이 평안남도 남포시의 저수지인 태성호 부근에서 발사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대규모 연합훈련 반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오는 13~23일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FS)'에 반발하는 성격도 있다. 한·미는 이번 FS 기간 전구(戰區)급 대규모 야외 기동 훈련을 5년만에 재개할 예정이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SRBM 6발을 동시 발사한 의도와 관련해 "상식적으로 무기 체계를 밀집시켜서 발사하는 것은 전술적으로 맞지 않다"며 "의도적으로 FS 관련 무력 시위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전날 훈련 사실을 전하면서 "적들의 책동이 우리가 선정한 한계를 넘는 순간 그 언제든 자기의 중대한 사명을 결행할 의지로 들끓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는 북한이 '레드 라인'으로 정한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시작되면 추가 도발에 나서겠다는 경고로도 해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둘째 딸 김주애와 함께 화력습격훈련을 참관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둘째 딸 김주애와 함께 화력습격훈련을 참관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다만 한·미는 대규모 연합훈련에 맞대응해 북한이 꺼낼만한 반발 카드는 사실상 많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전례 없는 빈도로 무더기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던 북한은 올해 들어선 지난달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쏜 뒤 한 달 가까이 SRBM만 여러 차례 쏘거나 한·미 자산에는 탐지되지 않은 순항미사일을 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남은 미사일 수(數)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미사일 발사에는 김 위원장의 둘째 딸 김주애도 동행해 김 위원장 바로 뒤에 앉아 훈련을 지켜봤다. 김주애는 지난해 11월 ICBM 화성-17형 발사 현장에 처음으로 등장한 뒤, 김 위원장의 주요 군사 행보를 거의 매번 따라 다니고 있다. 김 위원장 아내 리설주의 모습도 군 간부 뒤에 가려진 모습으로 포착됐다.

9일 화성포병부대 화력습격훈련을 현지지도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둘째 딸 김주애. 리설주 여사의 모습도 군 간부 뒤에 가려진 채 포착됐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9일 화성포병부대 화력습격훈련을 현지지도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둘째 딸 김주애. 리설주 여사의 모습도 군 간부 뒤에 가려진 채 포착됐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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