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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태동한 인터넷은행, 세계 1위 된 비결?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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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모바일에 능숙한 세대라면 폰에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앱 하나쯤은 깔려 있을 것이다. 무한 대기와 서류 지옥에서 벗어나 여섯 자리 비밀번호, 지문 인식만으로 업무 진행이 가능한 은행 서비스는 당시만 해도 혁신이었다.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이 간편해졌으며, 5대 시중은행의 독과점에 제동을 걸며 은행업계 '메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그간 체제 변화를 꺼리던 기존 금융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도 빠르게 이뤄졌다.

그런데 한국보다 더 이른 2014년 12월에 '오프라인 지점 없는 인터넷은행'이 중국에서 태동했다. 위뱅크(WeBank·微众银行)다. 중국 빅테크 기업인 텐센트(腾讯) 계열사로 중국 최초의 민영 은행이기도 하다. 자금 조달이 어렵고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중소기업의 재정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중국이 뉴노멀 시대를 맞아 추진하고자 하는 금융 구조 조정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위뱅크 (WeBank·微众银行) 로고

위뱅크 (WeBank·微众银行) 로고

2022년 8월, 아시안뱅커(The Asian Banker)의 산하 리서치기관인 탭인사이트(TABInsights)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디지털 은행 순위에서 위뱅크가 1위에 올랐다. 고객(규모·성장세)·범위(시장·상품)·수익성·자산·자금조달 등 5가지 요소로 채점한 결과다. 2022년 8월, 중국의 산업 컨설팅 기관인 후룬(胡潤)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2 글로벌 유니콘 기업에서도 8위에 올랐다. 후룬이 평가한 위뱅크의 기업 가치는 2200억 위안(약 41조 8400억 원)에 이른다.

💸 위뱅크, 어떻게 세계 1위가 됐을까?

위뱅크는 스스로를 은행업계의 ‘중개인’이라 자처하며 파트너쉽을 맺은 기존 은행에 고객·기술·데이터 분석 등을 제공하며 영향력을 확장해나갔다. 기존에 없던 다양한 금융 상품을 출시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은행 경험을 선보인 것도 주효했다. 2021년 말 기준, 위뱅크의 총 자산 규모는 4387억 위안(약 82조 1465억 원)에 이른다.

위뱅크의 주력 상품은 2015년 5월 출시한 개인 대상 소액신용대출 ‘웨이리다이(微粒贷)’다. 위챗 또는 QQ를 통해 신청하면 2.4초 만에 심사를 마치고 40초 만에 입금된다. 무담보 상품으로 최대 20만 위안(3775만 6000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으며, 중도 상환 수수료도 없다. 대출 고객의 약 80%가 대졸 이하 학력, 약 78%는 블루칼라로 금융 소외 계층에게 단비가 됐다.

위뱅크

위뱅크

2017년에는 중소 기업 및 영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신용 대출 ‘웨이예다이(微业贷)’를 출시했다. 무담보로 최대 500만 위안을 단 1분 만에 대출해준다. 2022년 말 기준 총 340만 개 소상공 기업에 대출을 제공했으며 누적 대출 금액은 1조 1000억 위안(약 205조 9750억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차량 대출 서비스인 ‘웨이처다이(微车贷)’도 있다. 자동차 구매 가격의 50%를 대출해준다.

위뱅크의 2021년 매출액은 270억 위안(약 5조 557억 원), 순이익은 68억 위안(약 1조 27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성장하며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오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 인터넷은행도 '기술 혁신'이 경쟁력

위뱅크의 모든 서비스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인공지능(AI), 블록체인,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등 최신 기술이 은행 업무 전반에 녹아있다. 불량 고객 리스크는 텐센트의 빅데이터 자료를 활용해 최소화한다. 기술이 가져다 주는 비용 절감 요인이 크다. 위뱅크가 지난 수년간 연구개발에 투자한 비용은 누적 50억 위안(9428억 원)에 육박한다. 관련 인력 개발에도 아낌없이 투자한다. 위뱅크의 기술 관련 직원 비중은 50% 이상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위뱅크는 민간 클라우드에서 자사의 핵심 뱅킹 시스템을 완전히 설치한 세계 최초의 은행이다. 2018년 하반기부터 쿤펑(鲲鹏) 칩을 탑재한 화웨이의 타이산(泰山)ARM서버를 연구·검증해 대용량 고(高)빈도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분산 핵심 뱅킹 시스템을 구축했다. 위뱅크의 빅데이터 플랫폼에는 15페타바이트가 넘는 데이터가 있으며, 매일 30만 건의 작업을 일괄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록체인 기술 기업으로도 명성이 높다. 지난 2월, 포브스가 꼽은 2023년 글로벌 블록체인 업체 탑(TOP)50에 위뱅크가 포함됐다. 위뱅크는 블록체인 기술의 ‘안정성’을 기반으로 은행 간 공동대출 결제플랫폼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다. 특히 대출을 받기까지 요구됐던 잡다한 서류 준비나 복잡한 과정을 건너뛰고 공증 사무소와 대출자를 단일 블록체인 기반 네트워크로 연결해 신청 과정을 가속화했다. 그 덕에 온라인 오토론(자동차 대출) 승인률은 20%에서 80%로 증가했다고.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위뱅크의 새로운 정보 검증 플랫폼은 250만 명이 사용 중이다.

포브스가 선정한 2023 블록체인 탑50에 위뱅크가 포함됐다. 출처 포브스

포브스가 선정한 2023 블록체인 탑50에 위뱅크가 포함됐다. 출처 포브스

위뱅크의 이 같은 기술 투자는 모두 금융 서비스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다. 설립 초기에는 텐센트의 기술을 기반으로 했으나 수년간의 노력 끝에 자체 기술 역량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위뱅크는 향후 인공지능, 빅데이터, 바이오인식, 클라우드 컴퓨팅 등 IT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및 보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위뱅크 인공지능 문샷(moonshot)팀은 위성 촬영 사진을 이용해 중국 내 태양광 패널의 설치 수를 알아내는 딥러닝 시스템을 개발해왔다. 이 시스템을 활용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중국 경제가 회복세에 있는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추적했다. 양돈 사업에도 발을 들이고 있다. 위뱅크에는 돼지 축사 진단 및 검측 로봇 개발팀이 있다. ‘스마트 축사’에도 도전장을 내민 것. 축사 내 돼지의 수, 개체 상태, 건강 상태, 온도와 습도 등을 모니터링해 축사 자동화와 생물 안전에 대한 리스크를 낮출 전망이다.

은행을 넘어 거대 기술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위뱅크. 인터넷은행 기업이 중국의 라이프 스타일을 어떤 모양으로 바꿔나갈 지 주목된다.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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