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의 중국 컨설팅] “이젠 서방이 중국 기술 베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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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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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중국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2023년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재정과 통화 확대를 통한 성장에 집중하고, 가용한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의결했다. 특히 빅테크 산업에 대해 대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경제분석 기관들은 중국경제가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며 성장률을 앞다투어 5%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년간, 반독점과 금융안정, 소비자 보호 명분을 내세워 플랫폼 기업에 대한 벌금 부과나 규제를 강화해 왔는데 이 같은 빅테크 기업에 대한 통제는 성장을 가로막고 고용 사정을 악화시켜 경제위기를 가중하는 요인으로 인식됐다.

Copy from China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낙후된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부정한 방법으로 서방 기술을 베끼거나 도용하여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한데 중국이 요즘도 남의 기술을 훔치거나 베끼기만 하는 나라일까?

미∙중 경제 전쟁의 핵심은 기술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지식재산권(IP) 등록에서 질적인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제 미국과 1~2위를 다투는 나라로 부상했다. 빅테크 산업에서 중요한 요소는 ‘규모의 싸움’으로 불리는 빅데이터(Big Data)의 양(量)이고 이게 성패를 좌우한다.

중국은 인구도 많고 컴퓨터와 모바일의 보급이 세계 최대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라 정보나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데 걸림돌이 적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AI)기술이나, 플랫폼 기반 사업을 하기에 적합한 나라다. 중국의 안면 인식 기술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중국에서 개발된 짧은 영상(short-form) 틱톡은 순식간에 세계적 흐름을 지배하고 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은 물론 우리의 대표적 빅데이터 기업들도 틱톡의 추세를 따라 하며 벤치마킹하기에 바쁘다.

중국은 이제까지 서방의 기술을 카피하던 나라라고 비난받아 왔다. 그러나 지금은 서방이 중국을 모방하거나 베낀다는 ‘Copy from China’라는 말이 생겨나고 있다. 중국이 빅테크 산업에서 앞서가는 분야가 많다는 것은 아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중국 빅테크 기업의 회생(回生)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미∙중 경제 전쟁 등 국내외적인 악재에도 불구하고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샤오미, 핀둬둬 등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빅데이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전기차 등에 투자를 확대해왔다.

중국 알리바바 이사회 회장 겸 CEO인 장융(張勇)은 2023년 정부의 규제 완화책에 공감을 표시하며 과감한 투자로 기업 운영은 물론 사회생활의 디지털화를 지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알리바바는 이미 흑자로 돌아선 클라우드 분야에 대한 투자와 신기술 연구기관인 달마원(達摩院)의 인공지능, 딥러닝, 로봇 등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두(百度)는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 챗봇 ‘ChatGPT’와 유사한 인공지능(AI)인 텍스트 이해와 창작, 그림 그리기가 가능한 AI 문심일언(文心一言·Ernie Bot)의 상표를 등록하고 올해 3월에 출시를 준비 중이다. 바이두의 ‘어니 봇’은 고품질 검색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년간 훈련을 거친 의미 이해 및 생성 능력을 갖춘 대규모 기계 학습 모델이다.

대륙의 실수라고 불렸던 2010년 설립의 샤오미(小米)는 저가 핸드폰 시장 확보를 바탕으로 세계 점유율 3위, 인도 시장 1위로 매출액의 50%를 해외에서 얻는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샤오미 회장 레이쥔(雷軍)은 2023년은 샤오미에 새로운 성장 주기를 여는 출발점이 되는 해라고 말한다. 신에너지 차 개발을 위해 지난 2021년부터 100억 달러를 쏟아부어 이제는 세계 5위권 진입과 연간 1000만 대 이상의 차량 출하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핀둬둬(拼多多)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은 공동구매다. 핀둬둬는 3선 도시 이하(중규모의 도시에서 농촌 지역까지)의 저가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 핀둬둬는 연구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하며 국내에서 거둔 성공을 기반으로 미국의 저가 시장(下沈市場: 가격에 민감한 소비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중국 빅테크 기업의 특징 중 하나는 대부분의 IT 기업이 전기차 분야에서 합종연횡(合從連橫)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두는 지리자동차(吉利), 디디다처(滴滴打車)는BYD(比亞迪), 드론 회사 DJI(大疆)는 우링(五菱), 화웨이(華爲) 동풍(東風)과 이미 짝을 맞추었고 특히 화웨이는 다양한 합작 방식으로 시장 참여를 확대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중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이해 높여야

중국의 빅테크 기업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함에 따라, 그들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는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은 구글의 진입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공산국가를 제외하면 구글이 성공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다.

우리가 플랫폼 기업과 반도체 제조사 및 통신사들의 힘을 합쳐 AI 기술을 활용해 검색과 메신저 빅데이터를 모아두었기 때문이다. 미∙중 기술 전쟁의 핵심 중 하나인 AI 데이터∙기술의 국경분쟁은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세계 시장의 허브로 무역과 국제 협력에서 뛰어난 능력과 경험을 갖춘 나라다. 경제가 안보로 직결되는 글로벌 대전환기를 맞이하여 미국과 중국의 진입이 어려운 제3국의 빅테크 분야는 우리의 황금 시장이 될 수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지속해서 중국으로 몰려가는 이유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중국의 변화하는 정책과 시장 추세에 대한 정밀한 연구는 필수다. 중국 시장에 대한 초점을 현재가 아닌 미래에 맞추고, 중국이 앞서가고 있는 빅테크 산업을 앞서거나 추격하지 못하면, 중국과의 경쟁력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평규 동원개발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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