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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형설 이영길, 北 핵심 됐다…'들었다 놨다' 김정은의 노림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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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부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2일 차 회의를 이끄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김정은 국부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2일 차 회의를 이끄는 모습.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집권 12년 차를 맞은 김정은 정권의 파워엘리트 그룹은 기존보다 더 젊어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세대교체를 통해 자신에게 부족한 리더십을 채우는 동시에 충성심 검증을 통해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는 용인술을 구사하고 있다.

젊어진 파워엘리트 그룹은 노동당 정책 결정의 핵심 기구인 정치국 위원의 평균 연령에서 확인된다. 중앙일보가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 당시 정치국 위원의 평균 연령은 65세다. 이는 김정은이 후계자로 확정된 2010년 3차 당대표자회 당시 정치국 위원의 평균 연령인 77.8세는 물론 3대 세습을 대내외에 공포한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꾸려진 정치국 위원의 평균 연령인 73.5세보다 8.5세나 젊어진 수치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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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초기 '본보기식 숙청'을 서슴지 않았던 김정은은 최근 충성 경쟁의 수단으로 인사를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특정 사안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해임이나 강등을 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불러들이는 '들었다 놨다' 인사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양한 공식 회의체를 활용해 간부들을 다그치면서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성과주의를 펼치는 건 김정은 특유의 인사스타일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에서 후계자 시절 자신의 개인 교사 역할을 했던 박정천 노동당 비서를 해임하면서 군부 다잡기에 나섰다. 박정천의 해임으로 공석이 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자리에는 한때 공식 보도에서 사라진 뒤 '처형설'까지 돌았던 이영길 당시 국방상을 임명했다. '들었다 놨다' 인사의 전형을 보여준 셈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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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경우는 많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의 핵심 인물인 이병철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2021년 6월에 열린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방역 실패의 책임을 지고 실각했다. 하지만 이후 신임을 회복해 지난해 4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을 계기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른바 성과를 보여준 데 따른 중용→ 목표 달성에 이루지 못한 책임을 지워 철직→ 충성을 다짐한 뒤 재기용이라는 인사 사이클이다.

김정은의 '건축 보좌관'으로 불리는 김정관 국방성 제1부상 역시 승진했다 강등한 뒤 다시 승진하는 패턴을 보여줬다. 김정은 집권 이후 주요 시설물 건설을 완수한 공로로 2019년 12월 요직인 국방상(당시 인민무력상)에 올랐던 그는 2021년 12월 국방상에서 해임되면서 차수(왕별)에서 상장(별 셋)으로 두 단계 강등됐다. 그러더니 지난해 4월 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맞아 대장(별 넷)으로 승진했다.

내쳤다가 다시 들이는 용인술은 충성을 유도하는 동시에 쿠데타 발생 가능성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달 27일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2일 차 회의에서 김덕훈 내각 총리와 박정근 부총리가 김 위원장의 지시를 받아적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지난달 27일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2일 차 회의에서 김덕훈 내각 총리와 박정근 부총리가 김 위원장의 지시를 받아적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에선 김정은 유일 체제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한다"며 "효율성과 생산성을 포기하면서까지 감시 체제를 구축한 것은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경제 분야 관료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김정은은 2018년 7월 함경북도 어랑촌 발전소 건설 현장을 찾았을 당시 당 간부와 현장 책임자를 강하게 질타했다. 강한 질책을 받은 내각 건설부문과 함경북도 지역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지만, 관련 간부인 동정호 내각 부총리와 박훈 건설건재공업상, 이히용 함경북도 도당위원장은 자리를 지켰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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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제 분야 관료들이 경제 건설이란 최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일정 부분 권한을 줘서 성과를 독려하고 대신 성과 미달 땐 책임을 지우는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김정은식 책임 분산 정치로 규정할 수 있다"며 "경제 분야의 성과 도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역할 분담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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