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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학폭' 가해자 감점처리…대학 135곳 중 겨우 4곳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5일 국가수사본부장에서 사의를 표명한 정순신 변호사의 검사 재직 시절 모습. 정 변호사는 아들의 학폭 논란과 관련해 ″두고두고 반성하며 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국가수사본부장에서 사의를 표명한 정순신 변호사의 검사 재직 시절 모습. 정 변호사는 아들의 학폭 논란과 관련해 ″두고두고 반성하며 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정시(수능전형)로 학생을 뽑는 국내 대학 중 학교폭력을 감점요소로 입시에 반영하는 대학이 3%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학폭 논란에도 서울대 정시전형으로 입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62개 대학 가운데 정시전형을 보유한 135개 대학 중 학교폭력을 감점요인으로 반영하는 대학은 4곳(3%) 뿐이었다.

4개 대학 중에서도 실질적으로 학교 폭력을 감점요인으로 반영하는 학교는 서울대 한 곳 뿐이었다. 진주교육대는 학교폭력 제보 시에만 관련 위원회를 열어 심의했으며, 홍익대는 미술 계열에 한해서만 서류 평가에서 감점 요소로 활용했다. 감리교신학대는 수능 관련 위원회 심의를 거쳐 평가에 반영토록했다. 대학 관계자는 “정시전형에서는 학생부를 아예 제출받지 않는 학교가 많아 현실적으로 학교폭력 기록은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앞서 정 변호사의 아들 정모군은 학폭으로 강제전학 조치를 받았음에도 2020년 서울대에 정시전형으로 입학했다. 당시 학폭으로 정군이 받은 감점은 1점이었다. 서울대 측은 1점 감점이 정시전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묻는 국회 질의에 “입시자료라 공개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국내 162개 대학의 2023학년도 학교폭력 대입 반영 현황. 자료=대교협·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

국내 162개 대학의 2023학년도 학교폭력 대입 반영 현황. 자료=대교협·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실

다른 입시전형에서도 학폭을 반영하는 대학은 극히 일부였다. 논술 전형 있는 30개 대학 중 1곳 만이 학폭을 반영했다. 내신성적을 보는 학생부교과 전형이 있는 162개 대학 중 학폭을 반영하는 학교는 9곳(6%)이었고, 실기·실적전형이 있는 174개 대학 중엔 4개(2%), 체육특기자 전형이 있는 67개 대학 중엔 9곳(13%)뿐이었다.

수상·체험활동·독서활동 등 학생의 교내 활동 전반을 보는 학생부종합 전형이 있는 129개 대학 가운데서도 18개 대학은 학폭을 입시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김병욱 의원은 이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학폭을 입시에 적극 반영하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면서도 “학교폭력은 엄벌주의만이 능사가 아니라 학생의 정서, 심리 상태를 관찰하고 이에 맞는 교육과 지도를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학생맞춤지원이 필요하다”라고도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는 9일 국회 교육위 현안 업무보고에서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보존 기간을 연장하는 등의 ‘학교폭력 근절대책 추진방향’을 제출했다. 또 학폭에 따른 중대 제재를 정시 등 대입 전형에 반영하는 방안 등이 담긴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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