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동규 “이재명 기사 뜨면, 위에서 보낸 변호사 접견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2022년 9월 26일부터 한 달간 증인신문 25회, 거의 한 달 내내 조사를 받았는데 심경 변화의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두 번째 재판에서 재판부는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스스로 진술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콕 집어 물었다.

2008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연을 맺은 뒤 “10년 동안 ‘이재명을 위해 산다’고 스스로를 세뇌시켰다”는 유 전 본부장은 이른바 ‘가짜 변호사 사건’이 마음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진술했다.

유 전 본부장은 “내가 구속(2021년 10월)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김모 변호사가 ‘캠프 쪽에서 윗분이 보내서 왔다’며 찾아왔다”며 “나중에 보니 김 변호사는 경기도 고문 변호사였다”고 말했다. 또 “뉴스에 이재명 대표와 대장동 관련한 기사가 나오면 김 변호사가 접견을 와서 내가 아는 정보를 많이 물어봤다”고 덧붙였다. 유 전 본부장을 변호하기보다 정보 캐가는 역할만 했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재판에서 “그 전부터 이재명에 대한 불신이 조금씩 쌓이고 있었다”며 “저만 공격하고 낙인 찍어 몰고가는 느낌에, 괘씸한 생각에 자백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넷플릭스 다큐 내용을 언급하며 “JMS 광신도가 탈출해서 언론에 가는 모습이 제 입장이라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그는 “검찰에 진술하면  추가기소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았지만, 저는 이미 지쳐있었고 판사님 앞에서 명확히 밝히고 선처를 구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변호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재판에서 검찰은 남욱·정민용 변호사 등으로부터 돈을 모아 유 전 본부장이 2021년 5월 초 1억원, 6월 초 3억원, 7월 초 2억원을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한 과정도 확인했다. 나이키 백팩, 빨간색 발렌티노 박스 등 돈을 옮긴 도구, 자택 앞이나 경기도청 인근 공사장 등 만난 장소, 대략의 시간도 진술했다. 유 전 본부장은 6월 초 3억원의 경우 수원 광교의 자신의 집 근처에서 밤에 전달했다고 했다. 그는 “(3억원이)이 무거운 데다 저희 집이 밤이 되면 차가 없어서 그쪽으로 (차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며 “(돈이) 무거워서 쇼핑백 두 개 겹쳐 세 개를 넣다 보니 윗부분이 벌어져 스카치테이프로 막았다”고 말했다.

다만 첫번째 재판에서 재판부가 보완을 주문했던 ‘전달 날짜’는 여전히 특정하지 못했다. 유 전 본부장은 “메모하지 않은 게 내 실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검찰 조사를 앞두고 도주를 시도하다 체포된 일도 언급했다.  당시 김 전 부원장이 전화로 “배탈이라도 나서 병원에 가라” 등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한 김밥과 오래된 요거트 3개를 먹고 병원에 갔으나 아무 이상이 없어 돌아나오던 응급실 앞에서 체포됐다고 유 전 본부장은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