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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놔두고 0.78 타령"…뒤죽박죽 지원에 우는 부부들 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미소씨가 시술 때마다 올리는 '난임 일기'. 건강보험 지원 횟수를 초과해 시술 10번째부터는 400만원 넘는 비용을 직접 마련했다고 한다. 사진 김미소씨

김미소씨가 시술 때마다 올리는 '난임 일기'. 건강보험 지원 횟수를 초과해 시술 10번째부터는 400만원 넘는 비용을 직접 마련했다고 한다. 사진 김미소씨

“경제적 부담감을 덜어준다면 난임 부부들이 이렇게까지 포기하진 않을 거예요.”

‘난임 브이로그’를 2019년부터 개인 유튜브에 올리며 난임 여성들과 소통해온 김미소(45·여)씨의 말이다. 현재 국내 난임 부부는 소득이나 나이에 따라 지원금을 다르게 지원받는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횟수도 시술 종류별로 제한이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부터 정부의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사업이 지자체로 이양되면서 지역별 혜택 격차가 생겼다. 김씨는 “‘난임방(난임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지역마다 다른 조건을 서로 비교하며 ‘부럽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지역마다 다른 지원에 난임 여성들 울상

8일 서울 송파구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 난임지원 관련 상담부스 모습. 뉴스1

8일 서울 송파구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 난임지원 관련 상담부스 모습. 뉴스1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난임 진단을 받은 사람은 2021년 기준 25만명에 이른다. 국내 난임 시술 환자는 2017년 1만2569명에서 2021년 14만3999명으로 최근 5년간 약 11.5배 뛰었다. 2021년 기준 연간 출생아 수(26만500명) 절반을 넘는 사람이 그해 아이를 갖고자 의료기관을 찾았다. 난임 시술은 한 번에 보통 150만~400만원이 들고, 비급여 약값 등도 있어 임신·출산을 위해 수백~수천만 원이 깨지는 건 예삿일이라고 한다. 난임 부부들은 “합계출산율 0.78명 시대에 아이를 낳고 싶어도 못 낳는 사람을 위한 지원이 더 두터워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시는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 소득 기준과 시술 간 칸막이 폐지를 골자로 한 ‘난임 지원 확대계획’을 지난 8일 발표했다. 이후 난임 여성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나 카페 등에선 “혜택 때문에라도 서울로 이사하고 싶다” “동네로 차별받는 느낌”이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인천에 사는 40대 난임 여성 신모씨는 “소득 제한에 걸려 지원을 못 받아 포기하는 부부가 정말 많다. 이런 지원은 전국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씨에 따르면 지원을 받기 위해 일부러 휴직하는 난임 부부도 주변에 적지 않다고 한다.

현재 건강보험 적용 후 본인부담금 중 20만~110만원을 지원하는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중위소득 180% 이하(올해 2인 가족 기준 세전 월 622만원 이하)여야 지원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맞벌이 부부라면 이 기준을 맞추기 어렵다”며 소득 기준을 폐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30대 김모(여)씨는 “둘이 벌다보니 소득 기준을 넘어선다는 이유로 지원을 한푼도 받지 못했고, 난임 시술에만 1000만원 넘는 돈을 써야했다”라고 털어놨다. 앞으로는 같은 수도권이라고 해도 사는 지역에 따라 난임 부부가 받는 혜택은 달라진다는 얘기다.

“젊은 사람만 낳으라는 거냐” 울상도 

아기. 사진 셔터스톡

아기. 사진 셔터스톡

시술별 횟수 제한도 지역마다 다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난임 시술 횟수(5~10회)가 정해져 있는데, 광주광역시는 2021년 1월부터 소득 기준에 상관없이 횟수를 다 소진한 부부에게도 연 최대 4회까지 난임 시술비를 지원하고 있다. 40대 난임 여성 임모씨는 “나이가 많은 만큼 임신이 어려워 자연스레 시술 횟수도 늘어나는데, 횟수 제한을 두는 것은 젊은 사람만 아이를 낳으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주에 사는 40대 여성 김모씨는 “연 4회 지원으로 다른 지역에서 부러워하지만, 주로 채취를 많이 하기 때문에 이 지원 횟수를 이미 초과했다. 시술비가 너무 많이 들어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난임가족연합회 관계자는 “난임 부부는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이기에 이들에 대한 지원은 다른 어떤 저출산 대책보다 효과적”이라며 “서울시 대책은 전국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덕본 대구대 난임연구소 소장(대구대 생명공학과 교수)은 “난임 시술비 지원 사업이 지난해 1월 지방 이양 사업이 됐지만 인구 정책 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있다”며 “소득 기준이나 시술별 횟수 폐지 등 정부에서 관심 가지지 못한 부분을 지자체가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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