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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손민호의 레저터치

국립공원, 미국 최고의 아이디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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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손민호 기자 중앙일보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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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레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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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National Park)은 미국이 만들어낸 최고의 아이디어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 윌리스 스테그너가 남긴 문장이다. 국립공원 따위가 청바지나 코카콜라보다 더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미국 국립공원 일고여덟 개를 돌아본 지금은 스테그너의 주장에 동의한다.

미국이 법으로 보호한 최초의 자연은 요세미티다. 1864년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요세미티 보호법을 의결했고, 이에 따라 요세미티 주립공원이 탄생했다. 미국 연방정부는 자연보호를 위한 주 정부 차원의 법률을 1872년 연방정부 차원으로 격상했고, 그 첫 주인공으로 옐로스톤을 낙점했다. 하여 옐로스톤이 미국 최초,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이 됐다.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인 옐로스톤 국립공원. 태고의 흔적이 고스란한 대자연 그 자체다. [사진 미국 국립공원관리청]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인 옐로스톤 국립공원. 태고의 흔적이 고스란한 대자연 그 자체다. [사진 미국 국립공원관리청]

여기서 알아야 할 미국 역사가 있다. 요세미티 보호법이 통과된 1864년, 미국은 남북전쟁 중이었다. 그 정신없던 와중에 대통령 링컨은 고작 자연을 지키겠다고 법을 만들고 제도를 구축했다.

어떤 절박한 이유가 있었을까. 서부 개척시대였다. 미 서부의 대자연이 황금에 눈이 먼 자들에 의해 막무가내 파헤쳐지고 속절없이 약탈당하는 나날이었다. 끝 모르는 인간의 탐욕을 막겠다고 낸 궁여지책이 국립공원이었다. 법으로 정한 자연만큼은 남겨두자고 금을 그은 것이었다. 처음에는 군대가 공원을 지켰다.

미국 국립공원 운영 원칙은 최초의 국립공원이 탄생한 지 15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미국은 국립공원에 산불이 나도 일부러 끄지 않는다. 어지간하면 스스로 꺼질 때까지 내버려 둔다. 타다 만 나무를 장작으로 쓰지도 않는다. 야생동물 보호구역도 없고 인공 번식도 하지 않는다. 곰이 몇 마리 사는지도 잘 모른다. 대충 추산만 한다. 국립공원이어서다. 인간이 간섭하면 안 되는 최후의 자연이어서다. 그런데도 아니 그래서 미국 국립공원은 1년에 7500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 명소가 됐다.(미국 국립공원관리청 2015년)

환경부가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조건부 허가했다. ‘미제’라면 깜빡 죽는 사람들이 왜 국립공원만큼은 ‘한국적 상황’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 국토의 4%밖에 안 되는 국립공원도 끝내 개발해야 속이 풀리는 것인지. 국내 국립공원에서도 최상위 생태계 우수 지역에 케이블카를 허락했으므로 지리산·북한산·속리산·무등산 등 다른 국립공원의 개발 요구는 사실상 거절할 명분이 없어졌다.

이참에 국립공원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다. 솔직히 우리나라는 국립공원이 너무 많다. 이 좁은 땅에 22개나 된다. 남한보다 100배 가까이 넓다는 미국에도 59개밖에 없다(옐로스톤 국립공원 하나(8900㎢)가 국내 22개를 다 합친 것(6726㎢)보다 크긴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에게 국립공원 22개는 과분한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것만큼은 지켜주자고 법으로 정한 자연에 너무 무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