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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16·17일 방일…셔틀외교 12년 만에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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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정부 초청으로 오는 16~17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대통령실은 9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이같이 알리고 “이번 방문으로 12년간 중단됐던 한·일 정상 교류가 재개되며, 이는 한·일 관계 개선과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정상이 정례적으로 상대국을 오가는 ‘셔틀외교’ 복원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김건희 여사도 동행해 기시다 총리의 아내인 기시다 유코 여사와 친교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이번 방일을 통해 양국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안보, 경제, 사회, 문화의 다방면에 걸친 협력을 확대하고 양국 국민 간 교류를 한층 활성화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도 이날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오는 16~17일 일본을 방문해 정상회담과 만찬을 한다”며 “양국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어 “한국 정부가 옛 조선반도 노동자 문제(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문제)에 관해 조치를 발표한 것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회견에서 윤 대통령 방일은 실무 방문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건 2019년 6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오사카를 찾은 지 4년여 만이다.

“윤 대통령, 게이단렌과 오찬 추진”…한국 기업 동행할 듯

한·일 정상회담만을 위한 방일은 2011년 12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당시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이후 12년 만이다. 윤 대통령 취임 후 한·일 정상회담 개최는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약식회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회담에 이어 세 번째다.

대통령실은 “상세 일정은 현재 일본 측과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회담 외에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 소속 경제인들과의 오찬 일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한·일 정상은 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도 할 예정이다. 다수의 한국 기업 관계자들도 윤 대통령의 방일에 동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이번 정상회담에서 셔틀외교 재개가 선언되면 기시다 총리의 첫 방한 일정도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일 셔틀외교는 양국 정상이 수시로 상대국을 오가며 현안에 대한 소통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간 합의에 따라 시작됐다. 이후 중단과 재개 등 우여곡절을 거쳤고, 2011년 12월 일본에서 열린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총리 간 회담에서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이견이 불거지면서 중단된 후 재개되지 않았다.

교도통신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정부가 5월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을 초청하는 방향으로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윤 대통령의 일본 체류 중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과 회담하고 징용공(강제징용 노동자) 소송 문제 해결책을 한국이 착실히 이행하는지를 지켜본 뒤 최종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은 올해 G7 의장국으로, 5월 19~21일 G7 정상회의 확대회의에 윤 대통령을 초청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요미우리는 또 “다음 주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중요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종 정상화 발표 시기는 일본의 대한국 수출품목 규제조치 해제의 진전을 보고 결정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2016년 체결된 지소미아는 2019년 일본 정부의 수출품목 규제에 반발한 문재인 정부가 협정 종료를 공식 통보했다. 하지만 미국의 강한 반대에 부닥친 문재인 정부는 협정 종료의 효력을 정지했고, 현재도 이런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수출규제와 관련해선 일본 정부의 전향적인 입장이 대외적으로 발표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4월 2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로 ‘북핵 억제’가 꼽히는 가운데 한·미·일 3국 간에도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 협의체가 새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일 확장억제 협의체 신설 가능성은 일본에서 먼저 제기됐다. 요미우리는 지난 8일 “미국이 최근 한·일에 핵 억지력 관련 새 협의체 창설을 타진했다”며 “일본은 이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고, 한국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같은 날 “한·미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확장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런 협의체를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시킬 방안에 대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한·미·일 확장억제 협의체’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진작 논의됐던 방안으로, 최근 한·일 관계 회복 움직임으로 동력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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