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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처럼 카드사에 월급통장? 은행 과점 해소방안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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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8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2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8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2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은행 과점체제 해소 방안으로 비은행권에 대한 지급결제 업무 허용 여부가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열린 제2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각 업권을 대표해 나온 협회들은 증권·카드·보험사도 은행과 같이 보편적인 지급결제 업무를 가능토록 하는 게 은행 과점 구조를 완화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해 종합지급결제업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되면 비은행권 금융사도 은행처럼 계좌를 개설할 권한을 가질 수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전날 회의에서 “종합지급결제업이 도입되면 예금 및 지급결제 부분에서 은행의 유효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은행 산업의 과점 이슈를 완화하고, 지급결제 전반의 서비스 질 향상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 계좌 없이도 종합지급결제사업자를 통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져 소비자 후생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연구원은 “소비자는 보험계좌를 통해 보험료 납입은 물론 공과금 납부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증권업의 경우 현재 개인결제업무는 가능한데, 법인에 대해서도 업무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기업 주거래 고객 유치를 통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증권회사가 개인 지급결제업무를 시작한 이후에 결제 안전성 이슈는 전혀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지만, 핀테크 기업도 지급결제 업무 문호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영국식 ‘종합지급결제업’ 도입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은행업 추가 인가, 소규모 특화 은행 설립 같은 다른 대안보다 빠른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영국의 경우 카드사나 핀테크 회사 등이 전자화폐업자(EMI) 인가를 받으면 지급계좌 발급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온라인 송금은 물론 환전, 지출내역 분석, 보험 가입, 자산관리 등의 서비스도 운영할 수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챌린저뱅크(소규모 특화은행)로 꼽히는 레볼루트가 금융당국이 주목하는 사례다. 레볼루트는 2015년 7월 해외결제, 송금 서비스 사업을 운영하는 소규모 핀테크 기업으로 출발했는데, 이후 업무 영역을 넓히며 기업가치가 2016년 3300만 달러에서 2021년 330억 달러로 뛰었다.

다만 금융 안전성 관리가 가능하냐에 대해선 의구심이 나온다. 시중은행은 강도 높은 규제를 받지만, 카드·보험·증권사는 상대적으로 규제 수준이 낮아 건전성 관리와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현재 결제망에 참여하는 은행들은 지급결제 안전성을 위해 일정 비율로 지급준비금을 한국은행 계좌에 쌓아둬야 한다.

지급결제망을 관장하는 한국은행은 비은행권이 지급결제 업무 참여 시 은행과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다른 업권들은 부정적인 반응이어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비은행권에 대해서도 계좌 개설 등을 허용하려면 은행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금융 안전성·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며 “계좌를 개설하더라도 계좌에 있는 돈을 굴려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은행보다 현저히 좁은 비은행권 입장에서 동일한 규제가 적용된다면 관련 업무 진입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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