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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전 의원 이사장 독립운동단체, 보조금 부정 수급 정황”

중앙일보

입력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처(9동) 건물. 국가보훈처 제공

정부세종청사 국가보훈처(9동) 건물. 국가보훈처 제공

전직 국회의원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독립운동 관련 단체가 국고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정황이 포착됐다.

9일 국가보훈처는 항일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과 홍보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수천만 원에 달하는 국고 보조금을 부정하게 수급한 정황을 자체 감사로 포착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의 이사장은 16·17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희선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의 부친인 김일련씨는 만주국 유하경찰서에서 독립군을 잡는 ‘특무(特務)’로 근무했다는 의혹이 있다.

보훈처에 따르면 이 단체는 2021년 보조금 중 1억7500만원을 집행하면서 외주업체 등에 대금을 부풀려 지급하고 기부금으로 돌려받는 이른바 ‘리베이트’ 방식으로 총 4000만원을 부정으로 수급한 정황이 있다. 이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해당한다고 보훈처는 설명했다.

보훈처는 또 “발주기관으로서 ‘갑’의 위치에 있는 사업회가 외주업체 등에 수주를 대가로 기부금 납부를 요구했다면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상 ‘출연 강요의 금지’ 규정 위반 소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사업회는 2021년 A업체에 여성 독립운동가 초상화와 수형 기록을 전시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홈페이지 유지 보수 비용으로 5300만원을 지급한 뒤 해당 업체로부터 500만원을 기부받았다.

해당 애플리케이션은 개발 후 사업회가 소유권을 갖고 구글플레이 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올리기로 계약했으나 감사가 개시될 때까지 올리지 않았다. 지난 6일 구글플레이 스토어에 등재된 것이 확인됐으나 앱 구동이 잘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훈처는 “이 앱은 50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이 투입됐으나 사업회 명의의 개발자 등록도 돼 있지 않아 소유권 이전 여부가 불분명하다”며 “여성 독립운동가의 초상화 전시 외에 특별한 기능이 포함되지 않아 개발 비용이 과다하게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 대표는 ‘단체의 정보화 역량이 부족해 단체 명의가 아닌 업체 명의로 앱을 올렸고, 앱 유지 수수료 등의 문제로 사업회와 협의해 앱을 스토어에서 제거했다’는 입장을 보훈처에 전했다.

이 단체는 또 B업체와 C업체에 영상 제작 사업비로 각각 1400만원, 4500만원을 지급하고 기부금으로 600만원과 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온라인 공모전 심사비와 직원 인건비로 2300만원을 집행하고, 당사자들로부터 700만원을 기부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 200만원을 기부한 D업체와 이듬해인 2022년 4000만원에 달하는 조각 제작 계약을 체결하는 등 대가성 계약이 의심되는 정황도 포착됐다고 보훈처는 전했다.

보훈처는 수사 결과에 따라 보조금 환수, 향후 보조사업 수행 대상 배제, 설립 허가 취소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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