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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위해 산다'던 유동규 변심 "JMS 광신도, 나 같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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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연합뉴스

“2022년 9월 26일부터 한 달간 증인신문 25회, 거의 한 달 내내 조사를 받았는데 심경 변화의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두 번째 재판. 재판부는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스스로 진술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콕 집어 물었다.

‘이재명을 위해 산다’던 사람이 왜? ‘JMS 광신도’ 언급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진은 경기도 대변인 시절 모습. 사진 경기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진은 경기도 대변인 시절 모습. 사진 경기도

2008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연을 맺은 뒤 “10년 동안 ‘이재명을 위해 산다’고 스스로를 세뇌시켰다”는 유 전 본부장은 이른바 ‘가짜 변호사 사건’이 마음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진술했다.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에 특혜를 줬다는 혐의로 구속수사를 받던 유 전 본부장에게 ‘캠프 측에서 나온 변호사’라고 접근한 사람들이, 유 전 본부장을 변호하기보다 정보 캐가는 역할만 했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재판에서 “그 전부터 이재명에 대한 불신이 조금씩 쌓이고 있었다”며 “저만 공격하고 낙인 찍어 몰고가는 느낌에, 괘씸한 생각에 자백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피고인들(김용·남욱·정민용)은 막강한 변호사들 쓰지 않나. 저를 조금이라도 신경 썼다면 제가 (정치자금법 사건을) 말하는 일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최근 논란이 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내용을 언급하며 “JMS 광신도가 탈출해서 언론에 가는 모습이 제 입장이라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긴 시간 구속 수사로 피로감이 쌓였고, 검찰 수사팀이 바뀐 것도 진술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에 진술하면  추가기소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았지만, 저는 이미 지쳐있었고 판사님 앞에서 명확히 밝히고 선처를 구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변호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용,‘백두대간이라도 타라, 쓰레기라도 먹어라’ 했다”

이날 오후 재판에서 검찰은 남욱·정민용 등으로부터 돈을 모아 유동규가 2021년 5월 초 1억원, 6월 초 3억원, 7월 초 2억원을 김용에게 전달한 과정도 확인했다. 나이키 백팩, 빨간색 발렌티노 박스 등 돈을 옮긴 도구, 자택 앞이나 경기도청 인근 공사장 등 만난 장소, 대략의 시간도 진술했다. 다만 첫번째 재판에서 재판부가 보완을 주문했던 ‘날짜’는 여전히 특정하지 못했다. 유동규는 “메모하지 않은 게 내 실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검찰 조사를 앞두고 도주를 시도하다 체포된 일도 언급했다. 당시 김용 전 부원장이 전화로 “너 빨리 도망가서 백두대간이라도 타고 열흘만 있다 와라”,“경선이 끝나면 우리 세상이 되니까 방어가 가능하다”,“음식물 쓰레기라도 먹고 배탈이라도 나서 병원에 가라” 등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한 김밥과 오래된 요거트 3개를 먹었으나 아무 이상이 없어, 돌아나오던 응급실 앞에서 체포됐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 피고인 중 유일하게 구속 상태인 김용 전 부원장은 재판에 수의 대신 평상복을 입고 나타났다. 그는 신문 내내 유 전 본부장 측은 거의 보지 않은 채 종이에 필기를 했고, 간혹 변호인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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