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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만난 일시·장소 찍었지만 기동민 “그때 거기 없어”…김봉현 로비 진실공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정치인 로비 사건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검찰이 기소한 정치인들이 공소장에 등장하는 금품 수수는커녕 만남조차 부인하면서다. 인허가 관련 알선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는 혐의 역시 시기상 청탁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맞서고 있어 향후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준동)는 지난달 23일 김봉현 전 회장과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전 광주MBC 사장)로부터 2016년 2~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현금 1억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불구속기소했다. 9일 국회를 통해 공개된 공소장에는 기 의원이 김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일시·장소와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인허가 관련 알선 청탁 내용 등이 자세히 담겼지만 기 의원은 “허위와 거짓을 짜깁기한 허술한 창작물”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지난달 23일 서울남부지검이 자신을 약 1억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해 "허위와 거짓을 짜깁기한 허술한 창작물"이라고 반박했다. 사진은 지난달 10월 18일 국회 법사위 서울남부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기 의원의 모습. 장진영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지난달 23일 서울남부지검이 자신을 약 1억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해 "허위와 거짓을 짜깁기한 허술한 창작물"이라고 반박했다. 사진은 지난달 10월 18일 국회 법사위 서울남부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기 의원의 모습. 장진영 기자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봉현 전 회장과 이강세 전 대표는 2016년 2월 27일 오후 6시 서울 하월곡동에 있는 기 의원(당시 서울 성북을 국회의원 예비후보)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잘하시라, 응원한다”고 말하며 현금 1000만원을 기 의원에 건넸다고 한다. 이에 대해 기 의원은 이날 “2016년 총선 기간 중 선거사무실을 응원차 방문한 이강세·김봉현씨를 만난 사실이 있다”면서도 “많은 사람이 오가는 선거사무실에서 현금을 쇼핑백에 담아 제게 전달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과 이 전 대표가 이후 두 차례 더 선거사무소에 들러 기 의원에게 현금을 전달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김 전 회장이 2016년 3월 11일 오후 9시 10분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인허가 건을 도와주라”고 부탁했고, 서울시 정무부시장(2012년 11월~2014년 4월)을 지낸 기 의원이 “당연히 도와야지. 내가 확인해서 알려주겠다. 한번 해보자”며 현금 3000만원을 받았다고 적혀 있다. 사흘 뒤 기 의원 측 관계자와 통화한 김 전 회장이 인허가 관련 담당 국장과 만남 주선 등 기대감에 부풀어 같은 달 중하순께 재차 선거사무소를 찾아 현금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검찰은 또 기 의원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인 2016년 4월 15일 오후 10~11시 서울 서린동의 한 일식집에서 김 전 회장과 이 전 대표를 만나 당선 축하, 양재동 사업 관련 청탁과 함께 현금 1000만원을 받았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이어 같은 달 하순 양복 상·하의 2벌, 와이셔츠 5~10벌, 양복바지 1벌 등 시가 200만원 상당의 맞춤 양복도 받았다는 혐의도 두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하지만 기 의원은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소설에 불과하다”고 반응했다. 기 의원은 “양재동 부지는 파이시티가 파산하면서 무궁화신탁으로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였고 매각도 불발되면서 공매를 추진했으나 아홉 차례나 유찰됐다고 한다. (2016년) 4월 당시 하림 인수설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었고, 실제 4월 말 하림 계열사가 이를 인수했다. 당시 하림은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 신청까지 냈다”며 “부지 소유권이 다른 회사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해당 부지에 대한 인·허가를 제게 청탁할 수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어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기 의원은 또 “제가 김봉현을 만났다고 검찰이 특정한 일시에 제가 다른 곳에 있었음을 많은 분이 일관되게 증언했다. 검찰이 날짜를 특정하지 못한 것도 있다”며 첫 만남 이후 세 차례 만남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다만, 양복 수수에 대해선 “당선 후 단순한 축하선물로 보내겠다고 해서 선의로 받은 것”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나중에 확인한 금액은 검찰이 주장한 금액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사진 서울남부지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사진 서울남부지검

 또 공소장에는 2015년 9월 이강세 전 대표의 주선으로 필리핀 여행을 떠난 기 의원과 이수진(비례대표) 민주당 의원, 김갑수 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등이 현지에서 김 전 회장을 만나 친분을 이어왔고, 김 전 회장이 이들을 ‘패밀리’라고 부르며 20대 총선 선거운동 자금을 지원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 의원은 2016년 2월 28일 서울 용산의 한 호텔에서 500만원을, 김 전 부대변인은 2016년 2월 초 서울 도봉을 선거사무소에서 현금 3000만원을 받은 데 이어 2월 27일 쌍문동의 한 식당 주차장 인근에서도 현금 2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밖에 검찰은 김영춘 전 국회 사무총장도 2016년 3월 5일 부산 부산진구 소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고려대 동기인 이 전 대표로부터 김 전 회장을 소개받고 그 자리에서 5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고 적시했다.

이들은 김 전 회장이 2020년 10월 금품 공여 진술을 번복한 뒤 이번에 재차 이를 뒤집은 데 대해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공여자 진술 외 객관적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며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첫 재판은 다음달 18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1단독 정유미 판사의 심리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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