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전 비명 지르던 '엘리트' 무슨일…잠실5단지 4억 뛰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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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 아파트단지 모습. 뉴스1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 아파트단지 모습. 뉴스1

‘32억7880만원(2021년 11월)→22억4500만원(지난해 12월)→25억7600만원(2월 말)’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82㎡(이하 전용면적)의 실거래 가격 추이다. 지난해 가파르게 내려갔던 집값이 올 들어 반등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최근 27억원에 팔린 매물도 등장했다. 석 달 새 4억원 넘게 오른 것이다. 인근 S중개업소 사장은 "집값이 갑자기 오르자 집주인이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인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한동안 쌓였던 급매물이 소진되고, 직전 거래가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는 단지가 잇따른다. 지난해 금리 인상 여파로 집값이 많이 내려간 상황을 틈타 ‘강남권 입성’을 노리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은 통계로 확인된다.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송파구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0.03%로, 지난해 5월 23일 이후 42주 만에 반등했다. 서울 25개 구 중 유일하게 상승 전환했다. 서초구는 0.01% 하락해 전주(-0.09%)보다 낙폭이 크게 줄었다. 거래도 느는 추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매매된 송파구 아파트는 191건으로, 서울 전체 거래량의 10.4%를 차지했다. 지난 1월보다 29% 늘었고, 지난해 12월보다는 122% 급증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잠실동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같은 대단지에서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올 초 17억7000만원까지 내렸던 트리지움 84㎡는 이달 초 19억7000만원에 팔렸다. 가락동 헬리오시티 84㎡도 지난 1월 16억원 아래로 떨어졌지만, 지난달 말 18억9000만원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이 아파트는 지난 1~2월 매매 건수가 62건이었다. 지난해 전체 거래량(76건)의 82%가 두 달 만에 팔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집값 바닥 기대와 정부의 규제 완화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집값 낙폭이 큰 상황에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되고 ‘1·3 부동산대책’에 따른 기대 심리가 커지면서 강남권 진입을 노리는 수요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송파구 아파트값 하락 폭(-8.98%)은 강남 3구 중 가장 컸다. 강남구(-4.66%)와 서초구(-2.8%)의 2~3배 수준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집값이 최고점 대비 30~40% 빠진 단지를 중심으로 수요자가 몰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청약시장에 훈풍이 부는 게 매수 심리 회복에 일조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7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의 평균 경쟁률은 198.8대 1에 달했다. 98가구 모집에 1만9478명이 신청했다. 8일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 899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선 4만1540명이 몰렸다.

그러나 이런 반등세가 시장 전반으로 확대되거나,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많다. 미국이 이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오른 집값에 추격 매수세가 붙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금리가 크게 오르면 매수 심리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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