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OREA'가 새겨진 머플러를 들고 환하게 웃는 클린스만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난 공격수 출신이다 보니 1-0 승리보다 4-3 승리를 선호한다.”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한국 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이 9일 경기도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취 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선수들 능력을 지켜보고 접근하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자신의 축구철학은 ‘공격축구’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축구는 월드컵 한 경기에서 3골 이상을 넣은 적이 없고, 1994년 미국월드컵 독일전에서는 클린스만에게 2골을 먹고 2-3으로 지기도 했다. 클린스만은 “1994년에 댈러스(경기 장소)에서 한국이 3번째 골을 넣을 뻔했다. 당시 한국이 한계를 깨지 못해 독일엔 다행이었지만, 이제 한계를 깰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감독 클린스만’ 논란과 관련해 쏟아진 질문들에 미소를 잃지 않고 답하면서 “결과로 평가 받겠다”고 했다. 우선 독일 바이에른 뮌헨 제자였던 수비수 출신 필립 람이 “클린스만 지도 아래 우린 체력 훈련만 했고, 전술적인 지도는 거의 없었다”고 폭로한 것에 대해, 클린스만은 “25명 정도 그룹의 감독을 하면, 공격수는 슈팅 훈련, 미드필더는 패스 훈련을 좀 더 하고 싶어할 거고, 수비수는 좀 더 전술적인 훈련을 원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2019년 독일 헤르타 베를린을 맡은 지 두 달 만에 소셜미디어로 사퇴를 발표한 것에 대해 “인생은 매일이 배움의 연속이며, 10번의 결정에서 다 옳은 결정을 할 수는 없다. SNS 사퇴 발표는 실수라고 생각하며,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후 경력단절 기간이 3년, 국가대표 기준으로 7년이나 되는 것에 대해 그는 “카타르월드컵 FIFA TSG(기술연구그룹), BBC와 ESPN 해설가로 축구 쪽에서 발을 담그고 있었다”고 했다. 독일 대표팀 감독 당시 가족이 있는 미국에서 지내 ‘재택 근무’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 클린스만은 “대표팀 감독으로서 (한국에) 상주 하는 게 당연하다. 난 운 좋게 축구를 통해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등서 지냈고, 이번에 한국에서 살 기회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카타르월드컵 TSG에서 클린스만과 함께 활동한 차두리. 뉴스1
이어 “난 대부분 한국에서 지낼 예정이지만, 코치진은 유럽에서 마요르카(이강인 소속팀), 나폴리(김민재 소속팀) 등 한국 선수 소속팀 경기를 관전할 것이다. 한 공간에 있을 필요 없이 줌(화상회의)을 통해 5시간씩 논의할 수 있는 시대”라고 설명하면서 코치진을 발표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새 사령탑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과 파주 NFC 훈련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미국 대표팀 감독 시절 코치로 인연을 맺었던 안드레아스 헤어초크(55·오스트리아)가 수석코치, 파올로 스트링가라(61·이탈리아)가 코치를 맡는다. 파울루 벤투 전 한국 감독 시절 코치였던 김영민(50·한국명 마이클 김)이 역할을 이어간다. 클린스만의 한국행 연결고리 역할을 한 차두리(43) FC서울 유스강화실장은 내년 1월 카타르 아시안컵까지 대표팀 테크니컬 어드바이저(기술 자문)을 겸임한다. 클린스만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차두리는 통해 K리그와 감독 등의 정보를 얻겠다”고 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을 막지 못한 토트넘 손흥민(왼쪽). AFP=연합뉴스
1994~95시즌, 97~98시즌 토트넘에서 한 시즌 반 동안 뛰었던 클린스만은 ‘토트넘 후배’ 손흥민(31)에 대해 “토트넘 선수 출신으로 토트넘의 모든 경기를 챙겨 보고 있다. 쏘니(손흥민 애칭)의 ‘빅 팬’이기도 하다”며“카타르월드컵 때 100% 몸 상태가 아니라서 어려움이 있었는데, 모든 선수가 그렇듯 ‘업 앤 다운’을 거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토트넘이 처한 상황도 있다. 2주 후에 대표팀에서 웃는 얼굴로 만나고 싶다”고 했다. 토트넘 손흥민은 이날 유럽 챔피언스리그 AC밀란(이탈리아)과의 16강 홈 2차전에서 풀타임을 뛰었지만 침묵했다. 토트넘은 0-0으로 비겨 1·2차전 합계 0-1로 탈락했다.
또 클린스만은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컵 우승이 목표다. 중장기적 목표는 한국이 2002년에 4강을 이뤘기에 2026년 월드컵도 4강으로 높게 잡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미국축구대표팀 시절 클린스만(오른쪽) 감독과 헤어초크 코치. 사진 헤어초크 인스타그램
▶클린스만 사단
보직 이름(국적) 주요 경력
수석코치 안드레아스 헤어초크(오스트리아) 미국 대표팀 코치(2011~16)
코치 파올로 스트링가라(이탈리아) 미국대표팀 코치(2015~16)
골키퍼 코치 안드레아스 쾨프케(독일) 독일 대표팀 골키퍼 코치(2004~21)
코치 김영민(캐나다) 한국 대표팀 코치(2018~22)
피지컬 코치 베르너 로이타드(독일) 바이에른 뮌헨 코치(2004~08)
기술 자문 차두리(한국) FC서울 유스강화실장(2022~ 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