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서울 한 건물의 전기계량기. 연합뉴스
또 한 번 ‘고난의 행군’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32조6000억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국전력의 올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전기요금 향방은 안갯속인데 손해 보면서 전력을 사와야 하고, 채권은 계속 발행해야 한다.
한전은 올 1분기 전기요금을 ㎾h(킬로와트시)당 13.1원 올렸다. 2차 오일쇼크 당시인 1981년 이후 최대 인상 폭이다. 하지만 LNG(액화천연가스) 등 연료비 가격이 워낙 비싸 전기를 팔수록 적자 내는 구조는 여전하다.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 오는 도매요금(SMPㆍ계통한계가격)은 지난달 ㎾h당 253.5원(육지 기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전이 소매로 전기를 파는 가격은 140.3원이다.
그러다 보니 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한전채 발행은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6조5200억원(8일 기준)의 한전채를 신규 발행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5조3100억원)과 비교하면 1조2000억원 이상 더 찍어낸 것이다.
지난 연말 한전법 개정으로 발행 한도엔 숨통이 트였지만, 고금리 속에 이자 부담까지 커졌다. 지난달 3%대 중반까지 내려갔던 한전채 금리는 최근 들어 다시 4.4%까지 올랐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채를 발행하지 않으면 전력 구매대금 등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이자로만 연 2조원가량 나가는데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지난해 12월부터 그나마 적자 폭을 줄여줬던 SMP 상한제도 이번 달엔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한전이 내는 전력 도매가에 제한을 두는 제도다. 월별 SMP 상한선이 ㎾h당 160원 안팎으로 정해지면서 실제 SMP와 비교해 한전이 80~110원가량 싸게 살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절감한 비용만 월평균 7000억원 정도다.
하지만 연속 시행 기간이 3개월을 넘길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이달은 원래 가격대로 전력을 사와야 한다. 적자가 다시 늘어나는 것이다. 다음 달 시행이 재개될 수 있지만, 민간 발전업체가 강하게 반발하는 게 변수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중소 발전사만 손실을 떠안는 SMP 상한제 대신 전기료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한전으로선 올해 적자 규모를 대폭 낮추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도 당장 적자를 확 줄이기보단 단계적으로 2026년까지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나마 적자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려면 이달 말 발표 예정인 2분기 전기료 인상 폭이 중요하다. 연초 한파 속에 불거진 '난방비 폭탄' 이슈는 지났지만, 여전한 고물가 기조가 변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요금 인상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직접 언급한 만큼 연간 전기료 인상 요인(51.6원)을 올해 다 올릴지도 미지수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유연탄 가격은 글로벌 수요 증가 등으로 하반기 오를 가능성이 크고, LNG 가격도 국제정치적 변수가 많아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러면 한전이 부담해야 할 전력 구입비도 줄기 어렵다"면서 "냉·난방 수요가 적은 2분기에 최대한 전기료를 인상하고 하반기 상황을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