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자리만 빙글빙글 돌아? 어느날 실명한 ‘멍구’ 이야기

  • 카드 발행 일시2023.03.11

펫 톡톡 : ‘인생 사진 찍어드립니다’ 2탄

독자 여러분의 사랑스러운 ‘내 새끼’에 얽힌 사연을 보내 주세요. 중앙일보 펫토그래퍼가 달려갑니다. 평생 간직할 순간을 찍어 액자에 담아 드립니다.

사연 보낼 곳 : photostory@joongang.co.kr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 사는 정멍구(12)의 반려인 정태현이라고 해요.

풍산 믹스견인 멍구의 고향은 경북 군위예요. 멍구의 첫 반려인은 서울에서 살다가 반려동물을 위해 군위로 귀촌한 아저씨였어요. 아저씨의 말에 의하면 멍구는 상대적으로 약한 유전 형질을 가지고 태어나 일반 형제들과 다른 생김새였다고 하네요. 형제들과 다른 외모 탓에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한 멍구는 생후 1개월 무렵에 무리 중 다른 성견에게 머리와 아래턱 부분을 물려 큰 상처를 입었고,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대부분 안락사를 권고할 만큼 심각한 상태였다네요. 마지막으로 찾은 병원에서 다행히 치료가 가능해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요. 그러나 이후에도 멍구는 늘 외톨이였어요.

고민 끝에 아저씨는 안타까운 사연과 함께 멍구의 사진 한 장을 네이버 카페(강사모)에 올리게 됐고, 우연히 그 사연을 접한 제가 갓 3개월 된 녀석을 데려오기로 결심하면서 인연이 시작됐어요.

저와 만나기 전 멍구의 이름은 삼국지에 나오는 위나라의 장수 ‘악진’이었다고 해요. 혼자 다르게 태어나 고생하는 녀석을 지켜본 아저씨가 일부러 강한 이름을 지어주셨다고 하네요.

하지만 저는 사진을 보고 이유 없이 ‘멍구’라는 이름 두 글자가 머릿속에 떠올랐어요. 순하디 순한 어린아이와 같은 녀석의 모습 때문이었을까요? 꽤 잘 어울리는 이름 아닌가요.

멍구는 무언가를 원할 때도 지그시 바라보며 기다릴 뿐, 짖거나 산만한 행동을 하지 않아요. 가르치지 않았지만, 대소변도 가릴 줄 아는 기특한 녀석이에요. 함께 한 시간이 벌써 십여 년이 지나고 있는데 멍구는 참 변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제 곁에 있었죠.

그렇게 전혀 특별할 것이 없을 것 같던 어느 날, 외출 후 돌아오니 멍구가 반가워 꼬리를 흔들면서도 저를 찾지 못하고 한자리만 빙글빙글 돌고 있었죠. 더군다나 산책길에서 멍구는 벽과 전봇대에 부딪히며 제대로 걷지를 못했어요.

The JoongAng Plus 전용 콘텐트입니다.

중앙 플러스 처음이라면, 첫 달 무료!

인사이트를 원한다면 지금 시작해 보세요

지금 무료 체험 시작하기

보유하신 이용권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