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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람 결선 못간게 다행? 친윤 당대표 김기현에 野 웃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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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9일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의 당선을 축하하며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할 것은 확실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 및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학교폭력 근절 및 피해자 회복 지원을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당에는 여야가 있어도 국민 앞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며 이같이 적었다. 이 대표는 “‘잘하기 경쟁’으로 위기에 처한 국민의 삶을 구하는데 머리를 맞대고, 민생경제 위기와 평화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 측은 일단 새로운 여당 지도부 출범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그동안 ‘민생에 여야 없다. 만나서 해결하자’고 했는데도 아무런 답을 못 얻었다”며 “권한 있는 여당 파트너가 생겼으니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학교폭력 근절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대표 취임에 대해 “정쟁이 아니라 민생을 놓고 ‘서로 누가 더 잘하나’ 경쟁을 하는 합리적 정치가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남겼다. 여야는 현재 양당 대표 회동 일정을 조율 중이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여야 관계가 대치 국면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여당 지도부가 친윤(親尹) 색채를 강하게 띠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이른바, 윤심(尹心) 지명대회임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면서 “앞으로 국민의힘은 대통령실 하청기관이 될 가능성이 크고, 여야 관계는 경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새 지도부는) 이 대표를 범죄자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결국 ‘이재명 악마화’에 치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김 대표 당선을 환영하는 건, 차기 총선을 고려했을 때 ‘친윤 지도부’가 민주당에 나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어쨌든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으로 가야 하는데 저쪽은 친윤 일색으로 지도부가 들어섰다”며 “윤석열 정권과 여당을 한데 묶어 공격하기 좋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당대표는 인지도가 낮은 게 최악”이라며 “특히 수도권 표심은 우리한테 유리해졌다”고 관측했다.

민주당은 당대표 경선과정에서 불거진 김 대표의 울산 땅 비리 의혹도 지속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당내 김기현 의원 땅투기 의혹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단장은 김 대표와 ‘울산 시장 선거 개입’ 사건으로 악연인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다.

 9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당선 이후 첫 최고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9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당선 이후 첫 최고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위를 기록한 이준석계 천하람 후보의 득표율(14.98%)도 민주당이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천 후보가 결선까지 갔으면 이준석 전 대표 때처럼 ‘새 바람이 불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뻔했다”고 말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여당 내 건전한 비판 세력의 존재를 확인했다”며 “향후 당 내분의 원인이 될지,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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