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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우크라, 가스관 폭발" 주장에…獨 "거짓깃발 작전일수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독일은 노르트스트림(Nord Stream) 1·2의 해저 가스관 폭발 사건 당시, 폭발 장치를 운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수색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전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지난해 발생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 사건의 배후에 친(親) 우크라이나 세력이 있다고 보도한 데 이어진 발표다.

지난해 9월 27일 덴마크 동쪽 발트해에 위치한 보른홀름 섬 근처에서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이 폭발해 거대한 거품이 솟아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9월 27일 덴마크 동쪽 발트해에 위치한 보른홀름 섬 근처에서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이 폭발해 거대한 거품이 솟아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연방검찰은 이날 “지난 1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파에 이용된 물질을 운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수색했다”고 밝혔다. 이어 “압수한 흔적과 물건에 대한 평가는 진행 중이며, 용의자들의 신원과 (범행) 동기 등은 아직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독일 일간 디차이트와 공영방송 ARD 등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 선박이 지난 9월 발트해 항구인 독일 로스토크에서 출항했다고 보도했다. 폭발물 운반에 쓰인 선박은 우크라이나인 2명이 소유한 폴란드 회사가 빌려준 것으로, 작전에는 남성 5명과 여성 1명 등 총 6명이 투입됐으며 이들의 국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독일 검찰의 이번 발표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 배후에 친우크라이나 세력이 있다는 NYT의 보도에 이어진 것이다. 배후설을 보도한 NYT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는 증거는 없으며, 우크라이나 정부 역시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독일 정부 역시 신중한 입장이다. 검찰은 “사건을 수사 중인 사건으로, 배후에 대해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는 “우크라이나를 비난받게 하려는 ‘거짓 깃발 작전’일 가능성도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단체의 소행인지, 우크라이나 정부 명령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정부 모르게 행동한 친우크라이나 단체의 소행인지 등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나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도 “언론 보도로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정부가 철저한 조사에 근거해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역시 “가스관 폭발이 고의 파괴 공작으로 이뤄진 것은 맞으나, 배후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조사가 전부 완료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고 전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편 미국을 배후로 지목한 러시아는 서방 매체의 보도가 실제 배후에 대한 관심을 돌리려는 조직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NYT 보도에 대해 “가스관 공격의 장본인(미국)이, 관심을 돌리려고 만들어낸 보도이며 (보도는) 사전조율된 내용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관리들은 어떻게 조사도 거치지 않고 추정을 내놓을 수 있나”면서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지분을 가진 국가들과 국제연합(UN·유엔) 등이 함께 진상 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9월 덴마크 및 스웨덴의 배타적경제수역(EEZ) 해저에서 발생한 강력한 폭발로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4개 중 3개가 파손됐다. 고의적인 사고로 확인됐지만, 누가 폭발을 일으켰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노르트스트림은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유럽에 공급하기 위해 발트해 해저에 설치한 파이프라인가스(PNG)로 러시아에서 독일로 직접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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