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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의 바이올리니스트 코파친스카야 “음악은 끊임없는 발견으로 새로워져”

중앙일보

입력

첫 내한공연하는 몰도바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 이단아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파격적인 연주와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첫 내한공연하는 몰도바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 이단아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파격적인 연주와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파트리샤 코파친스카야(46)는 독특한 캐릭터의 바이올리니스트다. 거칠고 과감한 보잉(bowing·활 연주 기법), 연극적인 퍼포먼스로 파격에 가까운 해석을 선보인다. 가끔씩 맨발로 연주하기도 한다.

거친 활 연주, 연극적 퍼포먼스 개성파 바이올리니스트 #첫 내한 공연 10·11일 서울시향과 쇼스타코비치 협주곡 1번 연주 #"음표와 음악적 견해보다 음악 안에서 스스로 발견한 게 더 중요 #콘서트홀은 지난 작품의 반복이 아닌 새로운 실험의 장이어야"

그는 구소련 시절 몰도바의 민속음악단 음악가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건반악기 침발롬 연주자, 어머니는 바이올리니스트였다. 부모가 연주 여행을 다녀 조부모 손에 자라며 여섯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아버지가 정치적 발언으로 10년간 출국금지 조치를 당하자 가족은 1989년 빈으로 망명했다. 92년 시민권을 얻은 코파친스카야는 열일곱 살에 빈 국립음대에 입학해 작곡과 바이올린을 공부했다. 스물한 살부터는 스위스 베른 음악원에서 명교수 이고르 오짐에게 배웠다. 현재 코파친스카야는 신경정신과 의사인 스위스인 남편과 딸 하나를 키우며 스위스 베른에서 거주한다. 2014년 영국 로열 필하모닉 협회는 코파친스카야를 ‘올해의 기악 연주가’로 선정하고 “열정적인 자연의 힘"을 보여준다며 "도전적이고 독창적으로 작품에 접근하는 연주가”라고 평했다.

지금까지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 무지카 에테르나,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계몽시대 오케스트라 등 원전연주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한국에는 2020년 테오도르 쿠렌치스가 이끄는 무지카 에테르나와 첫 내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무산됐다.

코파친스카야는 "어려서 몰도바에서 조부모 밑에서 자라며 가치와 존엄성에 대한 나름의 이해를 바탕으로 개별적이고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그의 독창성의 뿌리다.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코파친스카야는 "어려서 몰도바에서 조부모 밑에서 자라며 가치와 존엄성에 대한 나름의 이해를 바탕으로 개별적이고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그의 독창성의 뿌리다.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드디어 내한 공연이 성사돼 10·11일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잉고 메츠마허가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쇼스타코비치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사전 서면 인터뷰에서 코파친스카야는 “2020년 한국에 딸과 함께 가기로 했었는데 못 가서 아쉬웠다. 열렬한 K팝 팬인 딸아이가 흥분상태였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쿠렌치스와 녹음한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의 파격적인 연주는 대단했다. 음반을 녹음할 때 템포나 해석은 어떻게 정하나.

 “차이콥스키 협주곡 녹음은 모험이었다. 쿠렌치스는 모든 면에서 독특하다. 내 아이디어와 그의 아이디어가 합쳐졌을 때 팀워크가 폭발하는 듯했다. 결코 잊을 수 없고, 다시 돌아가더라도 그렇게 해내지 못할 작업이다.”

 당신의 연주는 늘 파격과 발상 전환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이런 시도를 하게 된 계기는?

 “몰도바에서 조부모님과 함께 자랐다. 평범한 농민이셨지만, 소련의 정치적 선전을 믿지 않으셨다. 할머니는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셨고, 할아버지는 정치적 상황에 대해 자신만의 소신을 지키셨다. 우리는 가치와 존엄성에 대한 우리만의 이해를 바탕으로 개별적이고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성경을 읽으며 본문에 더 깊이 들어가면 그 뒤에는 항상 숨겨진 의미가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음표와 음악적 견해가 아니라 음악 안에서 스스로 발견한 게 무엇인가다.”

코파친스카야는 첫 내한 공연에서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작곡가가 겪은 상황, 그의 영적 저항, 외로움, 거친 풍자에 대한 동시대의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코파친스카야는 첫 내한 공연에서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한다. "작곡가가 겪은 상황, 그의 영적 저항, 외로움, 거친 풍자에 대한 동시대의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조국 몰도바 하면 떠오르는 것은.

 “아침의 빛, 봄과 포도밭의 향기, 전통 음악과 춤에 대한 사랑, 전쟁과 점령의 상처. 또한 농담과 유머, 친척들과 친구들의 환대와 따뜻함도 생각난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하는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에서 어떤 해석을 보여줄 건가.

 “음악에는 아티스트를 통해 음악의 길로 이끄는 힘이 있다. 나 같은 연주자는 클래식 초심자들을 무대로 이끌어 연주를 통해 교감을 나누고, 그들이 클래식 세계로 합류할 수 있도록 돕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작곡가가 겪은 상황, 그의 영적 저항, 외로움, 거친 풍자에 대한 동시대의 기록이다. 여성시인 안나 아흐마토바의 작품 ‘레퀴엠’을 읽고 이 작품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오직 음악만이 표현의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동시대 음악에 대한 빼어난 해석으로 이름 높다. 동시대 작곡가 가운데 주목할 만한 사람을 꼽는다면.

 "모든 작곡가를 다 알 수는 없지만, 기억에서 잊힌 노장 작곡가들과 새로운 재능을 지닌 작곡가들을 끊임없이 발견하고 있다. 그들은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했다. 우리는 동시대 음악을 고전음악 인기곡보다 훨씬 더 많이 연주해야 한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둔감해지면서 점점 무의미한 제의처럼 변질되고 있다. 콘서트홀은 상투적인 연주나 해석의 반복보다 열정적인 음악가들을 위한 실험의 장이어야 한다. 최근 사랑에 빠진 작곡가는 마르톤일레스, 아우렐리아노카타네오, 프란시스코 콜,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하스 등이다. 갈리나 우스트볼스카냐, 죄르지쿠르탁, 죄르지리게티, 살바토레 샤리노 등도 한때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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