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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자가 더 비싸네?…집에서 '대출 갈아타기' 가능해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한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로 7000만원을 빌린 한모(34)씨는 최근 같은 은행에서 대출 만기를 1년 더 연장했다. 그 과정에서 4%대였던 금리도 6%대로 올랐다. 한씨는 “기존 대출을 먼저 갚지 않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같은 규제 때문에 빌릴 수 있는 돈 규모가 제한된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원래 은행에서 만기를 연장했다”며 “인터넷 은행에서 5%대 금리의 신용대출 상품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갈아타는 절차가 복잡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대환 플랫폼으로 1000조 대출 시장 장벽 허문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제2차 회의에서 은행권·비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 및 대환대출인프라 구축 현황 및 확대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위원회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제2차 회의에서 은행권·비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 및 대환대출인프라 구축 현황 및 확대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위원회

5대 시중은행의 아성이던 ‘1000조원’의 가계대출 시장 문이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정부가 대환(새 대출로 기존 대출을 갚는 것)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오는 5월부터 별도의 영업점 방문 없이 온라인으로만 한 번에 대출을 갈아타게 해주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해서다. 특히 금융당국은 이번에 신용대출은 물론, 가계대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까지 대환대출 플랫폼을 확대할 계획이다.

9일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제2차 회의’를 가지고 이 같은 내용의 은행권 경쟁 촉진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가계대출 시장을 주요 시중은행이 점령한 것은 대출 갈아타기가 어려워서다. 현재 대출 상품을 바꾸려면, 여유 자금으로 기존 대출을 먼저 갚거나 아니면 대환대출 상품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대환대출을 받으려면 소비자가 직접 은행을 찾아 어느 대출을 상환할지 상환 정보를 조회해야 한다. 새 대출금으로 기존 대출을 실제 상환됐는지 각 은행과 법무사가 왕래하면서 확인 작업도 거쳐야 한다. 절차가 복잡하다 보니 이용자 수도 적고 상품도 많지 않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하지만 대환대출 플랫폼을 구축하면, 영업점을 방문할 필요 없이 대환대출 상품을 온라인으로 신청만 하면 된다. 이후 절차는 금융결제원과 금융사가 별도로 구축한 시스템으로 처리한다. 온라인으로 금리와 한도 같은 정보도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어, 은행 간 경쟁을 더 유발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절차가 수월해지는 만큼 대출 유치를 위해 다양한 대환대출 상품 출시 경쟁이 벌어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특히 대면 영업점이 없는 인터넷 전문은행과 핀테크 회사는 기존 시중은행의 아성을 깰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주담대까지 확대…수수료 인하 효과도

왼쪽부터 토스, 카카오페이, 핀다의 대출비교 앱(어플리케이션) 화면의 모습. [사진 각사]

왼쪽부터 토스, 카카오페이, 핀다의 대출비교 앱(어플리케이션) 화면의 모습. [사진 각사]

금융당국과 금융업계가 논의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은 53개 금융회사, 23개 비교 대출 플랫폼이 참여한다. 계획대로면 은행 전체(19개)와 비은행권 주요 금융회사(저축은행 18개·카드사 7개·캐피탈 9개)의 가계신용대출을 온라인에서 손쉽게 갈아탈 수 있다. 플랫폼에 참여하는 규모는 전체 가계신용대출 시장의 90% 이상으로 금융당국은 추정했다.

주택담보대출까지 대환대출 플랫폼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가로 내놨다.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1월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1053조4000억원)의 약 76%(798조8000억원)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절대적이다. 사실상 전체 가계대출 시장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셈이다. 연내 출시가 목표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등기 이전 등 은행이 할 수 없는 절차가 있어서 완전히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데 제약이 있다”면서 “먼저 등기 이전 절차를 대폭 단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금융 소비자가 부담하는 각종 수수료도 상당 수준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자율 협약으로 수수료율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또 중도상환수수료와 상환 가능 여부를 플랫폼에서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플랫폼에서 기존 대출의 일부 정보(원리금 등)만 확인할 수 있다.

과도한 ‘머니무브’ 막고자 6개월 대환 유예 검토

대환대출이 손쉬워지는 만큼 금융 안정성을 해칠 정도의 과도한 대출판 ‘머니무브’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은 우려할 부분이다. 특정 은행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낮은 이자를 제시하면, 대출 수요가 한 곳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대출은 새 대출로 갈아타는데 6개월 정도의 시간 제약을 두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한편 실무작업반은 지난 8일 회의에서 비은행권 지급결제 업무 확대를 위한 추가 논의도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 실무작업반은 금융투자·카드·보험사의 지급결제 업무 확대가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어떤 점이 좋은지, 금융 안정성 측면에서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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