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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감 찾기가 가장 큰 고민"…MZ세대 美의원은 솔직했다

중앙일보

입력

로렌 언더우드 하원의원이 지난해 11월 의회 연설 중이다. AP=연합뉴스

로렌 언더우드 하원의원이 지난해 11월 의회 연설 중이다. AP=연합뉴스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인생이다. 미국 일리노이주(州)의 평범한 간호사 로렌 언더우드(36)의 인생도 그렇다. 자신이 워싱턴DC 의사당에서, 그것도 하원의원으로 일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의 나이 32세였던 4년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미국 정치사의 한 줄을 새로 쓴 인물이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으로선 최연소 하원의원이 된 기록을 보유했고, 자신의 전문 분야인 의료업계 관련 14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그를 집중 조명하는 인터뷰를 게재하며 “싱글 흑인 여성 하원의원으로서 삶의 균형을 지키는 것의 어려움”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시작은 미약했다. 유명 정치인의 후광도, 의회 인턴에서 보좌관으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도 그의 이력엔 없다. 공천 신청도 본인이 직접 이메일로 했다. 행운은 따랐다. WP에 따르면 그가 출마한 선거구는 민주당이 상대적 열세를 보였고, 따라서 민주당 공천권 경쟁률은 낮았다. 4년 전은 게다가 미국 민주당이 젊고 백인이 아닌 여성 정치인을 적극 독려하던 때였다. 32세의 흑인 여성 정치신인 언더우드는 안성맞춤이었다.

낸시 펠로시(가운데) 당시 하원의장이 지난해 8월 로렌 언더우드(오른쪽)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낸시 펠로시(가운데) 당시 하원의장이 지난해 8월 로렌 언더우드(오른쪽)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유세가 시작되고서부터. 당의 지원도 크지 않았고, 그의 선거자금도 넉넉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소수의 보좌진을 꾸렸고, 월세를 절약하기 위해 구글 문서 공유 및 화상 회의의 방법을 통해 유세 전략을 짰다. 팬데믹 이전부터 팬데믹 상황에 딱 맞는 방법으로 정치를 시작한 셈. 그는 대신 유권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데 주안점을 뒀다. 유권자들의 현관 초인종을 직접 눌렀고, 행사에도 최대한 많이 참석했다. 결과는 그의 승리였다.

의원이 되고 난 뒤, 그는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먼저, ‘정치인으로서의 자신’과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명확히 구분 짓는 일이다. 그는 “하원의원이라는 이 직업이 해보니 꽤 즐겁고 보람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정치인에 쏟아지는 불신과, 비방ㆍ악플은 견디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찾은 방법은 일을 할 때는 그야말로 법안부터 지역구 관리 등, 그야말로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라며 “SNS 등에서 회자되고 바이럴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덧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도 소중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이라며 “나만을 위한 시간을 반드시 확보해 놓는다”고 말했다. 자기자신이 없으면 정치인 언더우드 역시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인 셈. “정치와 결혼했다”거나 “유권자가 나의 모든 것”이라는 식의 귀에만 달콤한 거짓말을 그는 하지 않는다. WP가 젊은 정치인인 그를 굳이 부각시킨 것도 이런 솔직함 때문이다. MZ세대라서 열정이 없다고 손가락질 하기 전에, 이게 바로 새로운 정치의 시작일지 모른다고 WP는 주장한다.

지난해 7월 자신의 지역구인 일리노이를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을 맞이하는 로렌 언더우드 의원. AP=연합뉴스

지난해 7월 자신의 지역구인 일리노이를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을 맞이하는 로렌 언더우드 의원. AP=연합뉴스

그는 WP에 기성 정치에 대한 고민도 털어놓았다. 그는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서로 눈인사도 하지 않고 유치한 싸움을 하는 것에 이젠 적응하긴 했다”며 “그래도 그럴 때마다 친구들에게 해골 모양 이모티콘을 보내며 마음을 달랜다”고 말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이라면 망원렌즈에 그가 보내는 해골 이모티콘이 화제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의 가장 큰 고민은 사실, 다름 아닌 결혼이다. 그는 WP에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고 싶지만, 36세 여성 정치인의 남편감을 찾는 건 참 어렵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결혼은 하지 않고 정자은행을 통해 아이만 갖는 방법을 검토 중이고 난자 냉동 등을 위해 관련 병원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30~40대 여성이면서 엄마를 꿈꾸고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하고 있음 직한 고민이다.

그는 WP에 “곧 찾아올 휴가엔 아무것도 안 하고 집으로 가서 핸드폰을 끄고 침대로 들어가 잠만 푹 잘 것”이라며 “그 뒤엔 열심히 법안을 궁리하는 삶의 균형, 이게 내가 찾은 정치인으로서의 이상적인 삶”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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