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리 리 “한식, 파인 다이닝 그 이상이 될 것”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말 전 세계 미식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에서 한국 레스토랑 10곳이 미쉐린(미슐랭) 가이드로부터 ‘스타(별)’를 받는 등 한식의 약진이 눈에 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국내외 전문가와 푸드 저널리스트 등 의견을 기반으로 ‘파인 다이닝(fine-dining·고급 식당)’의 최근 트렌드와 한식의 미래를 살펴봤다. 이런 가운데 한인 최초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쉐린 3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베누(Benu)’의 셰프 코리 리(Corey Lee)가 한식의 발전 방안에 대한 의견을 담은 기고를 중앙일보에 보내왔다. 다음은 기고 전문.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한국 레스토랑 10곳이 미쉐린 가이드 스타를 받은 것은 본격적인 한식의 세계화를 알리는 전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셰프로 30년 가까이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 중 하나는 널리 알려지지 않고 저평가 받던 한식이 세계적인 음식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한식 자체의 매력도 있었지만, '신(新) 한식 파인 다이닝'이라는 한식의 새로운 장르를 연 국내외 셰프들의 역할도 컸다. 국내외 한식 셰프들의 작품은 전 세계에서 주목과 찬사를 받았고 한식이 대중적으로 주목받는 데에 기여했다.

베누 Benu (미국 샌프란시스코ㆍ3스타) 베누의 오너 셰프 코리 리. 본인 제공.

베누 Benu (미국 샌프란시스코ㆍ3스타) 베누의 오너 셰프 코리 리. 본인 제공.

최근 급격히 불어닥친 '신 한식 파인 다이닝' 열풍은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스페인에서 일어난 '뱅가드 운동' 혹은 더욱 최근의 사례인 '뉴 노르딕 운동'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뱅가드 운동과 뉴 노르딕 운동 모두 광범위하게 성공을 거뒀고 흥미진진했지만, 결국 각국의 전통 음식 자체를 꿰뚫어 보는 성격은 아니었다. 되돌아보면 이런 운동은 한 국가의 음식 문화에 지속적인 변화를 줬다기보다는 예술이나 디자인의 여러 시대 중 하나에 가까웠다.

반면 일본과 중국의 파인다이닝은 그 형식과 음식 자체에 긴 역사가 깃들어 있고, 그들의 요리 문화에 깊게 뿌리박혀 있다. 일식과 중식은 긴 시간 진화와 현대화를 거듭했고, 셰프와 손님 모두와 공명하며 영감을 줬다.

베누 Benu (미국 샌프란시스코ㆍ3스타) 베누의 오너 셰프 코리 리. 본인 제공.

베누 Benu (미국 샌프란시스코ㆍ3스타) 베누의 오너 셰프 코리 리. 본인 제공.

한식 파인 다이닝은 유럽 국가들, 다른 아시아 국가와 구분되는 고유한 길을 개척해나갈 것이다. 한식 셰프들이 그 과정에서 한식의 과거와 기원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자국민을 위해 한식을 발굴하고 진가를 알아보고 한식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가는 탐험의 과정을 셰프가 반복해야 장기적으로 한식이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광범위한 명성을 누릴 수 있다. 한 나라의 음식이 진정으로 생동감을 갖추고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만드는 건 미쉐린 스타의 개수나,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레스토랑의 개수가 아니다. 중요한 건 자국민을 위해 가치를 높인 고유의 음식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다.

◇셰프 '코리 리'는=미국 샌프란시스코 레스토랑 '베누(Benu)' 오너 셰프. 지난 2014년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인 셰프로는 처음으로 미쉐린 3스타를 받았다.

※위 기고는 영문 번역에 기초한 것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