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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드 '도깨비' 이 장면서 힌트" 日 천만 애니 감독이 밝힌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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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사진 쇼박스]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 [사진 쇼박스]

‘스즈메의 문단속’(8일 개봉)은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여고생 스즈메가 집안 대대로 이 문을 막아온 청년 소타와 함께 일본 전역을 돌며 재난을 막기 위한 ‘문단속’에 나서는 로드무비다.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50·사진)가 동일본 대지진을 다룬 3부작 중 ‘너의 이름은.’(2016), ‘날씨의 아이’(2019)에 이어 마지막 작품이다. 일본에선 3부작을 합쳐 3천만 흥행을 기록했다.

신카이 감독은 8일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진행한 내한 간담회에서 “한국 드라마 ‘도깨비’(tvN, 2016~2017)를 봤을 때, 문 사용 방법이 인상적이어서 힌트를 얻었다”며 “문은 일상의 상징이다. 매일 아침 문을 열고 ‘다녀오겠습니다’, 또 문을 닫고서 ‘다녀왔습니다’라고 하며 일상은 반복된다. 재해는 이런 일상의 단절이다.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이란 모티브가 어울렸다”고 설명했다.

신카이 마코토

신카이 마코토

재해를 다룬 작품이지만 분위기는 밝다. 변덕스러운 자연을 상징하는 다이진은 귀여우면서도 까칠한 고양이로 표현했다. 또 소타는 다이진에 의해 세 개뿐인 다리로 뒤뚱대는 의자에 갇힌다. 다이진과 소타의 존재는 스즈메가 폐허에서 찾아낸 ‘문’을 통해 과거 재해 희생자의 아픔을 되짚는 묵직한 순간들에 숨통을 틔워준다.

신카이 감독은 캐릭터에 대해 “비극에 관한 이야기만 그리면 관객이 너무 무겁고 괴로울 거라 생각해 스즈메와 같이 있는 캐릭터로 그 장소에 있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하게 누그러지는 존재를 떠올렸다”며 “다리 하나를 잃어버린 의자는 스즈메 마음의 메타포(은유)이기도 하다. 어릴 적 재해를 입고 마음속 무언가를 상실했음에도 소타처럼 달리고 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의 테마를 “일상이 단절됐을 때 어떻게 회복하고 다시 살아가게 되는가”라고 소개한 신카이 감독은 “한국에 지진은 많지 않지만, 일상을 단절하는 재해는 어디에나 있지 않나. 한국 관객도 ‘우리 세계를 그려낸 영화’로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슬램덩크’ 극장판 등 일본 애니메이션의 최근 인기에 관해 신카이 감독은 “(높은 인기는) 아마도 일본과 한국이 문화와 풍경에서 닮아서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정치적 상황에서는 한국과 일본 사이가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고, 그것이 파도같이 반복되지만, 문화에서는 굉장히 강하게 연결돼서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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