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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찬호의 시선

민주당의 ‘50억 클럽’ 특검 법안 무리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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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통과에 매달리고 있다.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사업의 결재권자로, 수천억원대 배임 혐의를 받는 이재명 대표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 공당이 자당 대표가 핵심 피의자인 사건에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게다가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국회 교섭단체’, 즉 민주당에게만 특검 후보 추천권을 주겠다니 앞뒤가 안 맞는다. 형사소송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꼼수다. 오죽하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수사 대상이 수사 검사를 정하는 것”이라 비판했겠는가.

민주당 뜻대로 특검이 관철되면, 수사인력 구성과 사무실 마련에만 달포는 걸릴 것이다. 이 대표 측은 시간을 벌면서 퇴진 압박을 무마하고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검찰의 대장동 수사가 장기간 공전할 우려다. 특검이 ‘50억 클럽’을 수사한다면 누구부터 수사할것인가. 바로 김만배씨다. ‘50억 클럽’ 멤버들은 상호 연결고리 없이 각자 김만배씨와 접촉했다. 특검이 개시되면 김씨를 장기간 수사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대장동 수사는 어떻게 되나. 김만배씨는 이 대표의 핵심 의혹인 ‘428억원 뇌물 약정설’의 진위를 가릴 키를 쥔 특급 피의자다. 김씨가 ‘50억 클럽’ 특검에 소환돼 장기간 수사받게 된다면 대장동 수사는 자칫 멈춰 설 수도 있다. ‘김만배 빼돌리기’로 대장동 수사를 무력화한다는 게 민주당 특검의 노림수로 읽히는 이유다.

피의자가 검사 정하겠다는 뜻?
‘김만배 빼돌리기’로 변할 수도
정략적 특검은 부실 가능성 커

특검은 검찰이 수사 의지가 없거나 수사가 부실할 때 하는 것이다. 수사가 한창인데도 정치적 목적으로 밀어붙인 특검은 빈 수레로 끝날 공산이 크다. 세월호 특검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강행된 이 특검은 90일간 이어졌지만 “CCTV 조작 등 의혹을 입증할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불기소 처분했다.

민주당은 50억 뇌물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의원의 1심 무죄 판결을 특검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곽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검찰의 기소로 이미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런 시점에 무슨 특검인가. 차라리 특별법원을 만들자고 한다면 말이 될지 모르겠다. 이원석 검찰총장과 한동훈 장관은 “새 수사팀을 구성해 고강도 수사로 전모를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또 검찰은 김만배씨를 구속하면서 재산 전부에 대한 보존 처분을 내렸다. ‘50억 클럽’ 수사 의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따라서 지금은 특검 대신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게 순리다. 더욱이 곽 전 의원은 50억 클럽의 여러 피의자 중 한 명일 뿐, 사건의 본질은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재직 시절 민간업자에게 수천억 원의 이득을 안긴 결정의 주체가 누구인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 아닌가.

특검법안이 ‘대장동 사업자금과 개발 수익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명시한 것도 ‘물타기’용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임검사를 맡았던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을 겨냥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시 수사팀이 수사를 기피해 당시 대출된 돈이 대장동 사업의 종잣돈이 됐다며 “대장동 게이트 몸통은 윤석열”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은 김만배 주변이 아니라, 그 이전에 대장동 개발 사업을 하려던 이들의 자금줄이었다. 지금의 대장동 게이트와는 큰 관계가 없다. 게다가 이 의혹은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그를 퇴진시키려고 관련 의혹을 뒤졌던 문재인 정권 검찰조차 혐의점을 찾지 못한 사안이다.

대장동 게이트와 관련해 구속된 이 대표 최측근 정진상씨의 변호인단 중엔 친명계 변호사가 있다. 이 대표의 또 다른 뇌관인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변호인도 친명계로 분류된다. 그들은 내년 총선에서 친명계 인사로 민주당 공천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의 측근인 이들이 이 대표의 혐의 입증에 결정적 진술을 할 수 있는 정씨와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을 맡은 것부터가 난센스다. 정씨와 이 전 부지사를 변호하기에 앞서 그들의 상황을 살피고, 변심을 막기 위해 이 대표가 보낸 ‘감시인’ 아니냐는 논란마저 일고 있다.

실제로 이 전 부지사 가족 주변에선 “왜 자기 죽으려고 이재명에게 붙어 있냐”며 불만스러워한다는 얘기가 돈다. 민주당 소식통은 “이 전 부지사가 (가족과 이 대표 사이에서) 고민을 얼마나 했으면 임플란트 치아가 빠졌겠나”라고 했다. 부조리 드라마가 따로 없다. 이런 사이에 민주당 지지율은 추락하고 있다. ‘이재명 리스크’에 갇혀 무리수를 연발하는 제1야당의 모습이 볼썽사나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