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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권혁재의 사람사진

'안동역에서' '찬찬찬' 등 3000곡/ 스타작사가 김병걸의 시 사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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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권혁재 기자 중앙일보 사진전문기자
권혁재의 사람사진/ 김병걸

권혁재의 사람사진/ 김병걸

김병걸 작사가로부터 시집이 배송됐다.
『퇴고가 필요한 날』이란 제목의 시집을 보고 갸웃했다.
그는 우리 가요계의 대표적인 작사가다.
‘안동역에서’ ‘찬찬찬’ 등을 비롯하여 3000여 곡을 썼을 정도다.
이미 2019년에 대한민국 최다 작사 기록 인증서를 받았으며,
현재도 기록은 진행 중이다.

‘안동역에서’를 능가하는 작품을 또 쓰고 싶은 게 그의 소원이다. 지난 10년간 노래방 차트 부동의 1위가 ‘안동역에서’이고 그걸 깬 곡이 아직 없다. 그렇기에 그는 “기록은 깬 사람이 깨는 거죠”라며 자신의 기록을 다시 깨고 싶다고 했다.

‘안동역에서’를 능가하는 작품을 또 쓰고 싶은 게 그의 소원이다. 지난 10년간 노래방 차트 부동의 1위가 ‘안동역에서’이고 그걸 깬 곡이 아직 없다. 그렇기에 그는 “기록은 깬 사람이 깨는 거죠”라며 자신의 기록을 다시 깨고 싶다고 했다.

작사로 신기록 행진 중인 그가 시집을 냈으니 의외였던 게다.
궁금증을 풀려 김 작사가에게 이유를 물었다.
“사실 입대 전인 1976년에 ‘현대시학’으로 데뷔했어요.
하지만 시는 너무 배고팠어요. 시는 나에게 사치였으니…
배고픔을 달래려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잡지사 기자, 단행본 편집장,
건설회사 총무이사를 전전했지만 늘 배고팠죠.
그러다 레코드사 문예부장이 되면서 가요계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어요.
시로 나를 세우기에는 사치였기에 재주를 팔러 가요계로 도피한 거죠.

그렇지만 시인이었다는 걸 잊지 않기 위해서 틈틈이 시를 씁니다.
시는 여전히 가난하고, 시를 읽지 않는 시대를 살지만,
그래도 ‘나는 시인이다’라는 나름의 증명서로 시집을 내게 됐죠.”

그는 언제 어디서건, 시시때때로 수첩에 뭔가를 끄적인다. 이 끄적거림이 그의 작사 밑거름인 게다.

그는 언제 어디서건, 시시때때로 수첩에 뭔가를 끄적인다. 이 끄적거림이 그의 작사 밑거름인 게다.

작사계의 전설로 불리는 반야월 선생은 그를 두고 늘 ‘김작사’라 불렀다.
그만큼 작사가 김병걸을 높게 평가한 터였다.
그런 그에게도 돌아가고픈, 돌아가야 할 길이 있었던 게다.

그는 스스로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기술자’라고 했다. 시로, 가사로 사람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니 그런 게다.

그는 스스로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기술자’라고 했다. 시로, 가사로 사람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니 그런 게다.

지난해 그의 이름으로 된 ‘김병걸 가요제’가 생겼다.
하물며 전국에 노래비가 7개가 있는데도 그는 시를 되뇐다.
“이번이 다섯 번째 시집이에요.
사회에서 시가 해야 할 기능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만,
그래도 시가 견인하는 사회적 구도도 엄연히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 난 오늘도 시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