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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Fed ‘빅스텝’ 시사…금융시장 요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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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말에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원화가치는 미끄러지고, 국내외 주요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금리 인상 속도와 최종금리 수준을 모두 높일 수 있다는 그의 말에 끝날 줄 알았던 미국발(發) 금리 인상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8일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22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321.4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28% 하락한 2431.91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 금융시장도 휘청댔다.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인 다우(-1.72%)와 나스닥(-1.2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1.53%)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 단기 금리 변동에 민감한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5%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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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몸살을 앓은 건 파월이 7일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긴축과 관련해 강한 목소리를 내면서다. 파월은 “경제 지표상 더 빠른 속도의 통화 긴축이 필요하다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며 “최종금리는 지난해 12월 전망치보다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파월의 매서운 입에 긴축의 공포는 커졌다. 당장 Fed가 오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이 아닌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크게 늘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가 예측하는 빅스텝 가능성은 8일 오전 1시50분 기준 71.2%로 지난 6일(31.4%)보다 배로 높아졌다.

미 물가 계속 끈적…파월 “최종금리 전망치 높아질 수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사로 8일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22원 내린 1321.4원에 마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시사로 8일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22원 내린 1321.4원에 마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뉴시스]

그동안 시장에서는 Fed가 2월에 이어 3월에도 베이비 스텝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파월이 지난달 FOMC 후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오름세 둔화)이 시작됐다”며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강하게 시사한 때문이다. Fed가 이달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며 긴축 종착점도 더 멀어질 전망이다. 시장은 당초 Fed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점도표에 따라 올해 말 최종금리 수준을 연 5~5.25%로 점쳐왔는데, 5.5~5.75%가 대세가 된 분위기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6%로 올린 뒤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본다”고 했다.

파월 의장이 입장을 바꾼 건 금리 인상에도 좀처럼 식지 않은 경기와 고개를 숙이지 않는 끈적한 물가 때문이다. Fed가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는 지난 1월 1년 전보다 4.7% 올랐다. 지난해 12월(4.6%·전년 동월 대비)보다 오히려 상승 폭이 커졌다. 지난 1월 비농업 신규고용이 전달보다 51만7000명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등 고용 상황도 탄탄하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긍정적인 경기 흐름이 이어지며 물가가 빠르게 내려가지 않는 탓에 ‘인플레 파이터’인 Fed가 강공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리서치 회사 SGH 매크로 어드바이저의 팀 두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Fed가 경착륙을 유도하지 않고는 물가상승률을 2%로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점점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와 원화값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Fed가 금리를 더 높게 올리면 달러의 값이 올라가면서 외국인 투자 자금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어서다. 주가 상승을 환율이 갉아먹을 수 있다. 실제로 원화는 지난해 4분기 Fed발 긴축 속도전에 달러당 1400원대로 추락하는 등 다른 통화에 비해 하락 폭이 컸다. 이날 파월의 강펀치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100)는 지난 6일 104.24에서 7일 105.6으로 치솟았다. 뉴욕 웰스파고의 브렌던 메케나 이머징마켓 전략가는 “파월의 발언은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매파(통화 긴축)적이었고, 아시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긴축 속도 완화를 선택한 한국은행의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 1867조원에 이르는 가계 빚에 고금리 여파로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커지며, 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Fed가 3월 FOMC에서 빅스텝을 밟으면 두 나라의 기준금리 차는 역대 최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PF·가계부채 등 국내 경제 문제가 크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미국 기준금리가 6%대까지 올라간다면 한은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관건은 FOMC를 앞두고 발표되는 미국 각종 경제 지표다. 고용 지표(10일)와 소비자물가지수(CPI·14일) 등이 발표된다. 미래에셋증권 김석환 연구원은 “고용이 얼마나 빠르게 둔화하는지가 (미국 긴축의 방향을 가르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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