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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당선, 결선투표는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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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민의힘의 당심(黨心)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안정을 택했다.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후보가 득표율 52.9%(24만4163표)로 23.4%(10만7803표)에 그친 안철수 후보를 누르고 집권 여당의 새 대표로 선출됐다.

당 주류인 친윤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김 대표가 당선되면서 윤 대통령의 여당 장악력이 더욱 공고해지고 향후 국정 개혁 드라이브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7월 이준석 전 대표 중징계 이후 8개월 만에 정식 지도부가 출범하면서 장기간 이어진 리더십 공백 상태도 마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김 대표는 52.9%(24만 4163표) 과반 득표율로 당선됐다. 김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하나로 똘똘 뭉쳐 내년 총선 압승을 이루자”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8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김 대표는 52.9%(24만 4163표) 과반 득표율로 당선됐다. 김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하나로 똘똘 뭉쳐 내년 총선 압승을 이루자”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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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시종여일’이라는 말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켜주신 국민의 명령을 정치 인생 마지막까지 하늘처럼 받들겠다”며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키고 내년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둬 국민의힘의 성공시대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표 선거는 대의원·책임당원·일반당원으로 이뤄진 선거인단 83만7236명 중 46만1313명이 투표했다. 최종 투표율(55.1%)은 역대 전당대회 최고치다. 친윤계 당원이 결집해 대거 투표에 참여한 결과로 분석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준석 지도부와 대통령실 간 극심한 갈등을 기억하는 당원이 이번엔 안정적 지도부 구성을 원한 결과”라며 “다수의 당원은 당과 대통령실이 한마음으로 움직여야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번 대표 선거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 간 결선투표가 이뤄지는 구조였다. 김 대표는 1차에서 과반 득표로 승부를 조기에 결정지었다. 3위는 15.0%(6만9122표)를 얻은 천하람 후보였고 4위는 8.7%(4만225표)를 기록한 황교안 후보였다.

최고위원에는 김재원·김병민·조수진·태영호 후보(득표 순)가 당선됐다. 청년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장예찬 후보가 승리했다. 지도부가 범(汎)친윤계로만 꾸려지면서 윤 대통령의 친정 체제가 구축됐다. 반면에 이준석계인 천 후보와 김용태·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모두 지도부 진입에 실패했다.

김 대표는 당선 확정 직후 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와 일일이 악수했다. 세 후보는 “당의 화합을 위해 헌신하겠다”(안 후보), “총선 압승을 돕겠다”(천 후보), “함께 힘을 모아가겠다”(황 후보)고 말했다.

정치권 “친윤 지도부, 민심 잘 파악해 대통령에 직언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8일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의 위기를 자신의 정치적 기회로 악용하면 안 된다”며 “새로 선출될 지도부와 우리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여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7년 만이다. 장진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8일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당의 위기를 자신의 정치적 기회로 악용하면 안 된다”며 “새로 선출될 지도부와 우리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여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7년 만이다. 장진영 기자

국민의힘 ‘1호 당원’인 윤 대통령은 당의 상징색인 빨간 넥타이를 매고 손을 흔들며 연단에 올랐다. 현직 대통령의 여당 전당대회 참석은 2016년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7년 만이다.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발언대에 선 윤 대통령은 “나라의 위기 그리고 당의 위기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어떠한 부당한 세력과도 (싸우는 것을) 주저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검찰 수사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이준석 전 대표 등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선거 막판 안 후보가 대통령실 행정관 전당대회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고발한 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축사 말미에는 “국민의힘 당내 선거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국민만을 생각하고 함께 전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원고에는 없던 내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축사에서 말했듯 당내 선거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며 “다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힘을 합쳐야 하는 소중한 분들”이라고 치켜세웠다. 네거티브로 흐른 전당대회 후유증을 차단하려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김기현 체제’에선 여당과 대통령실의 관계가 더욱 밀착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22대 총선에서 윤 대통령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도 벌써 나온다. 친윤계 초선 의원은 “윤 대통령은 총선에서 국정철학을 잘 아는 인사를 공천해 당에 자신의 색깔을 확실하게 입히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래야 국정 운영에 탄력이 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 원로는 “대통령실이 무리하게 공천에 개입하려 한다면 중도층이 이반해 선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김 대표로서는 윤 대통령을 잘 설득해내면서 경쟁력 있는 인사를 공천하는 것이 숙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도부가 친윤·보수 일색이라는 점에서 다양성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정치권 안팎에서 나왔다. “여당이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려면 당심을 넘어 민심을 제대로 파악해 대통령에게 직언도 할 수 있어야 하기에 그런 한계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 일각에선 “비윤계가 전체 당원의 40%에 육박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김 대표가 당을 이끄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은)국민의힘을 ‘윤석열 사당’으로 만들었다. 국민의힘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권력의 오만을 용납하지 않는 민심”이라고 적었다.

차기 총선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 후보로는 친윤계 이철규 의원 등이 거론된다.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 임명 전망도 있었지만, 김 대표는 부인한 바 있다.

김 대표 체제에서 여야 관계는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김 대표 당선을 맹비난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김 대표 당선은 국민의힘 당내 민주주의의 사망선고”라며 “이제 여당을 장악한 제왕적 대통령이 대리 대표를 허수아비로 세운 채 군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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