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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민의힘 김기현호 출범…여당다운 여당으로 거듭나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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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의원이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장진영 기자

국민의힘 당 대표로 선출된 김기현 의원이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장진영 기자

윤심 논란과 네거티브 경쟁 등 우여곡절 끝 과반 당선

국정운영 소신있는 목소리 내고 정치개혁도 주도해야

국민의힘 새 대표에 김기현 후보가 선출됐다. 김 대표는 52.93%의 득표율로 안철수·천하람·황교안 등 경쟁 후보들을 여유있게 앞섰다. 과반 득표율로 승부를 끝낸 김 대표는 ‘윤심’의 지지를 받은 사실상 유일한 후보였다. 최고위원과 청년 최고위원 투표에서도 친윤계 후보들이 당선권을 휩쓸었다. ‘집권 1년이 안 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당심이 승패를 좌우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55.1%란 역대 최고 투표율도 뚜껑을 열고 보니 친윤 후보들에 대한 지지가 결집한 결과였다.

대통령실과 당 내 친윤계가 기대했던 결말이 실현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당원 100%로의 룰 변경, 대통령실과 윤핵관들의 파상 공격 뒤 출마를 포기한 나경원 전 의원,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으로 대표되는 대통령실의 안철수 후보 비난 등 윤심 개입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경선전이 본격화된 뒤엔 당 개혁을 위한 비전 대신 네거티브 경쟁만 요란했다. 처음엔 김 대표의 울산 땅 문제가, 막판엔 대통령실 행정관의 단톡방 경선 개입 시비가 부각됐다. 김 대표로선 경선 후유증을 수습하고 갈등을 최소화하는 게 발등의 불이다.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원을 감안하면 절반을 겨우 넘긴 김 대표의 득표율이 꼭 높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30대 천하람 후보를 찍은 15%를 비롯해 ‘꼰대 정당’ 탈출과 비주류 포용을 염원하는 당원들의 표심까지 김 대표는 향후 당 운영에 녹여내야 한다.

무엇보다 김 대표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는 국민의힘을 여당다운 여당으로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이준석 전 대표 시절부터 이어져 온 극심한 당 내 갈등, 윤핵관이냐 아니냐로 편을 갈라 싸우는 모습에 등을 돌린 국민이 적지 않다.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나 ‘윤핵관 집합소’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도록 줏대 있게 국정 운영에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필요하다면 김 대표가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해야 한다.

야당과의 대화나 협치 회복도 중요한 과제다. 경제위기 극복과 민생 안정을 위해선 정부와의 소통뿐 아니라 다수 야당과의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입법부의 문제 해결 메커니즘을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 중도하차가 없는 한 2년 임기의 김 대표가 2024년 4월 총선을 지휘하게 된다.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까지 띠게 될 이번 총선의 승리는 김 대표와 여당엔 사활적 과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한국 정치와 나라의 앞날을 생각하면 총선을 누가 이기느냐만큼 총선을 어떻게 치르느냐도 중요하다. 곧 본격화될 정치 개혁, 선거 개혁 논의에서도 승자 독식의 진영 대결 완화를 위해 기득권을 과감히 내던지며 개혁 이슈를 이끄는 신선한 여당의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