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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러도 오르는 대출금리…연 6%도 감지덕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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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미국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대출자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이미 높은 신용점수를 가진 사람도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으려면 6%가 넘는 이자를 내야 할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정부도 은행이 대출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금리가 오를 이유가 더 많아지고 있다.

8일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금리는 최저 연 5.34%에서 최고 연 6.59%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한 달 전보다 신용대출 금리 하단은 약 0.2%포인트, 상단은 0.1%포인트 상승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신용대출은 주택담보대출 등과 달리 담보가 없는 상품이라 금리가 높은 편이다. 신용등급별로도 금리 차이가 상대적으로 커서 고금리 상황 속에 신용대출 이용자의 이자 부담은 더 크다. 신용등급이 높은 사람이라도 적지 않은 이자를 낼 수밖에 없다.

가장 최근 집계인 은행연합회의 2월 대출금리 공시에 따르면 국내 일반은행(시중·지방·인터넷 전문은행) 16곳이 고신용자(KCB 신용점수 951~1000점)에 공급한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연 6.295%(1월 취급 대출 기준)였다. 5대 은행만 놓고 보면 이들 고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 금리는 연 5.932%로 6%에 근접해 있었다.

신용점수가 901~905점 수준인 사람에 매겨진 신용대출 금리는 5대 은행 평균 연 6.236%였다. 신용점수가 낮은 600점 이하 대출자는 연 9.878%, 601~650점은 9.192%로 더 높은 이자를 내야 했다.

잠시 잠잠한 듯했던 은행 대출금리 오름세는 최근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인다. 우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린다면 한국은행도 오는 4월 개최할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수준인 3.5%로 동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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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기준금리 결정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지난 2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당시 금통위원 여섯명 중 다섯명이 향후 3개월 내 금리를 3.75%까지 올릴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하자고 했다”며 “앞으로 나오는 주요국의 금리결정과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자는 게 금통위원의 중론”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결정, 캐나다와 일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등 주요국의 정책금리를 전반적으로 결정해 다음 달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은은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은행의 자금 조달 유인 저하, 지난해 12월~올해 1월 중 수신(예금 등)금리 하락의 여신(대출)금리 영향, 고정금리 정책대출(특례보금자리론 등) 취급으로 여·수신금리 하락 압력이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점차 시장금리 변동에 영향을 크게 받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당분간은 대출금리가 내릴 수 있지만, 앞으로는 채권금리 등에 따라 은행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통상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도 최근 상승 추세에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1년물(무보증·신용등급 AAA) 금리는 연 3.884%(7일 기준)로, 한 달 전(3.569%)보다 0.315%포인트 올랐다.

은행권은 자금을 조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늘어난다면 ‘가격’에 해당하는 대출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은행이 가산금리를 내리는 등 대출금리 인상을 억제해 왔다”며 “그러나 앞으로 기준금리가 오른다면 은행과 고객 모두가 예상하는 대출금리 수준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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