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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로 입주 막은 시공사…재건축 공사비 갈등 점입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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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8일 찾은 서울 양천구 신월동 신목동파라곤 아파트는 주 출입구가 커다란 컨테이너와 차량으로 막혀 있었다. 이 단지의 입주 시작일은 지난 1일이었지만 일주일이 지난 현재 한 가구도 입주하지 못하고 있다. 이 아파트를 지은 동양건설산업이 재건축조합(신월 4구역)과의 갈등으로 입주 자체를 막아버린 것이다.

건설사는 입주를 한 달여 남긴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조합에 74억원을 추가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조합은 물가상승분을 고려한 공사비 증액분 등을 토대로 한 추가분담금 규모를 제시했지만, 시공사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입주 시작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준공허가가 떨어지자, 시공사는 유치권을 행사하겠다며 아예 입구를 막고 일반분양자의 입주까지 제한하고 있다. 이 단지 일부 입주예정자들은 이사를 위해 거주하던 집에서 짐을 빼 모텔을 전전하고 있다.

이처럼 추가 공사비 분담을 놓고 건설사와 조합(시행사) 간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등을 겪으면서 원자잿값, 인건비 등이 크게 오른 데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이 더해지면서 시공사의 공사비 부담이 커진 탓이다. 당초 계약 금액에서 크게 증가한 추가 분담금 명세표를 받아든 조합은 이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달 초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푸르지오써밋’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오는 5월 입주를 앞두고, 재건축조합에 미수금 지급과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조합원들에게 입주 키를 주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조합이 합의한 도급계약 규모는 총 1662억원인데, 이중 공사비 903억원이 아직 입금되지 않았다. 대우건설은 공사비 미입금에 따른 연체 이자와 원자재 상승분을 반영한 공사비 670억원 증액 요구를 했지만, 조합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도 공사비 갈등을 겪고 있다. 당초 도급 계약서상 공사비는 1조1277억원인데, 지난해 8월 삼성물산은 조합이 요구한 설계 변경과 커뮤니티 시설 고급화 등의 이유를 들어 1560억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인력 수급에 문제가 있었고, 원자잿값이 폭등하면서 공사비 인상 요인이 많았다”며 “이 시기 공사를 진행한 현장 대부분이 겪고 있는 문제라 앞으로 건설사와 조합 간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분쟁에 대해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제도가 갖춰져 있긴 하지만 강제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현재로써는 도급계약서대로 진행하거나 시공사와 시행 주체 간 원만한 합의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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