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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꾼’ 고영표 캥거루 사냥 나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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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땅볼 유도 비율이 높은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 9일 호주전 출격 준비를 마쳤다. [뉴스1]

땅볼 유도 비율이 높은 사이드암 투수 고영표. 9일 호주전 출격 준비를 마쳤다. [뉴스1]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는 야구 대표팀이 9일 호주와의 1차전에 총력전을 예고했다. 캥거루 사냥을 위해 ‘땅꾼’ 고영표(32·KT 위즈)가 선발 출격한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9일 낮 12시 일본 도쿄돔에서 호주와 WBC 1라운드 B조 1차전을 치른다. 1라운드에선 조 2위까지 2라운드(8강)에 진출한다. WBC 개막을 앞두고 KBO는 일찌감치 전력분석팀을 호주에 파견해 정보를 수집했다. 이강철 감독도 호주리그(ABL)를 직접 찾아서 경기를 지켜봤다.

호주의 야구 역사는 길다. 1855년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그러나 영연방 국가답게 크리켓과 럭비의 인기가 높고, 야구 인기는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랭킹은 한국이 4위, 호주는 10위다.

호주는 메이저리거들이 출전하는 WBC에선 한 번도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호주 대표팀 가운데 빅리그 출신은 2명뿐이다. 나머지는 호주 리그 선수들이다. 전력상으로는 한국이 한 수 위다. 한국은 2007년 젊은 선수들 위주로 나선 야구 월드컵에서 호주에 발목을 잡힌 뒤 8연승을 기록 중이다. 2013 WBC와 2019 프리미어12에선 한 점도 내주지 않고 이겼다.

MLB와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던 데이브 닐슨 호주 감독도 “한국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전 선발은 장신(1m96㎝)의 왼손 투수 잭 오로린(23)이 맡는다. 지난해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마이너리그 싱글A 팀에서 26경기(6선발)에 등판, 2승 1패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했다.

한국은 고영표가 선발로 낙점됐다. 그는 현역 시절 이강철 감독과 비슷한 사이드암 투수다. 2020년 군 전역 이후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제구력이 뛰어나 볼넷이 적고, 기복이 없는 편이다. 28번의 선발 등판에서 21차례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다.

한국은 국제 대회 때마다 사이드암, 언더핸드 투수를 기용해 재미를 봤다. 김병현·정대현·박종훈 등이 활약했다. 외국 타자들이 낯설어하는 유형이기 때문이다.

고영표의 공은 호주 타자들을 공략하기에도 적합하다. 한국 투수들은 “영상을 분석한 결과 호주 타자들은 파워가 좋은 편이다. 공을 띄워치는 스윙을 많이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영표는 떠오르다 가라앉는 체인지업을 주로 구사한다. 제대로 맞지 않으면 땅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땅볼/뜬공 비율(1.92)이 가장 높은 선발투수가 고영표였다. 타자들을 땅볼 타구로 잡아내는 경우가 잦아서 ‘땅꾼’이란 별명을 얻었다.

컨디션도 좋은 편이다. 고영표는 지난 3일 고척돔에서 치른 SSG 랜더스와의 연습경기에서 12타자를 상대로 퍼펙트를 기록했다. 뜬공은 3개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삼진과 땅볼이었다. 더구나 한국은 메이저리거인 김하성과 토미 현수 에드먼이 지키는 내야진의 수비력도 탄탄하다.

이강철 감독은 “우리 팀은 탄탄한 수비와 견고한 타격이 조화를 이룬다. 빠른 발을 가진 선수와 장타력을 갖춘 선수의 조화도 잘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며 “전력상으로 우리가 우위지만, 강자와 싸운다는 생각으로 싸우겠다.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호주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현수는 “까다로운 투수가 많다. 꼼꼼하게 준비했다”며 “국제대회는 첫 경기가 중요하다. 꼭 잡겠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선수들 모두 소집훈련 첫날부터 첫 경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미국(4강)에 가는 게 1차 목표”라고 했다.

이강철 감독은 10일 일본과의 경기에 대한 각오도 밝혔다. 이 감독은 “한·일전의 무게감은 모두가 안다. 중요한 건 첫 경기에서 이겨야 편하게 일본과 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과의 경기에선 모든 투수를 투입한다는 생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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